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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에...의사과학자 양성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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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사과학·공학자 진입 인원

의대 졸업생의 1% 안되는게 현실”

과기대, 인재 양성 본격 나섰지만

의료계 정원 확대 경계에 난관

“지금이 인재 양성 본격화 적기

연구 전념할 인프라 구축되어야”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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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가 전략 국회 대토론회’에 참석한 이광형(위쪽) 카이스트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주소현 기자·카이스트 제공


“미국에서는 해마다 1700여명의 의사과학자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기초의학에 투신하는 학생이 30여명 정도, 실제로 의사과학자가 되는 수는 10명도 안된다” (신찬수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전세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시장을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핵심 인재(의사과학자) 부족으로,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는게 현실이다. 의사들 대다수가 연구 보다는 ‘개원의’ 등 병원으로 간다. 의사들이 과학 및 공학을 공부할 만한 체계도 미비하다.

▶의대 졸업생 1%도 안되는 의사과학자, 지금이 양성 본격화 적기=지난달 3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가 전략 국회 대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의과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의대 재학생 9만4000여명 중 의사과학·공학자는 약 6000명으로 6% 이상 진입한다”면서 “반면 한국은 의대 및 치의대 재학생 2만5000여명 중 의사과학자로 진입하는 수는 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의사과학자의 양성과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25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37%, 미국국립보건원(NIH) 기관장의 69%를 차지할 정도다. 국내 의료업계 및 학계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류가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지금이야말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본격화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과학기술 지식을 접목해 질병 치료,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등 다학제적 분야에서 융합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이자 과학자를 일컫는다. 해외에서는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뿐 아니라 의사공학자(Physician Engineer)로도 불린다. 진료 중 발견되는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연구를 통해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해 다시 환자에 적용하는 게 의사과학자의 역할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986년 당시 제가 처음으로 대학원 가서 독학했던 것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었다”며 의사과학자 양성에 힘을 실었다. 안철수 의원은 “의과대학부터 기초적인 연구방법론과 함께 의학에서 필요한 여러 지식들을 함께 배우면서 탄탄한 기초를 다지면 졸업하자마자 바로 의미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은 로봇외과와 비뇨의학과 전문의로 시작해 기계공학과 경영학을 거친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에는 나군호 소장 등 의사 5명이 사내 병원에서 진료를 하며, IT 개발자들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진료뿐 아니라 공학, 과학과 의학을 접목하고 싶어하는 의사과학자 수요가 있는데도 육성이 어렵다”며 “30~40대에 추가로 대학원을 다니지 않고, 10~15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의사 정원 확대 경계...발목 잡는 의료계?=카이스트와 포스텍 등 국내 대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이 의사과학자 양성에 뛰어들고 있다. 카이스트는 현재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오는 2026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으로 전환시켜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포스텍도 내년도 의과학대학원 개원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는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에서 해마다 50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러나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의대를 설립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기존 의대 및 의사단체는 카이스트의 의대 신설이 의사정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의사과학자에서 임상의로 이탈하는 인원이 발생할 경우 자칫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다는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레지던트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사과학자로 양성된 인력은 전문의가 될 수도, 임상으로 갈 가능성도 없다”며 “의사과학자로 양성된 인력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진료하는 임상의가 아니라 연구하는 의사과학자는 8년간 석박사를 마치고 나서 개원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며 “일정 기간 개원하지 못하는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연구 중심 의대를 도입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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