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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불안하고 중요한 순간 사망"…백지시위 젊은층 장쩌민 향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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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시진핑, 외국 정부 등 조문 초청 않겠다 밝혀
권력 위협할만한 요소 원천차단 의도로 보여
백지시위 참여 젊은세대에 장쩌민 향수 확산
"그때보다 지금이 더 폐쇄되고 억압적" 지적
뉴시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당대회 폐회식에서 시진핑(왼쪽) 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17.10.24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장쩌민 전 국가주석 사망은 그동안 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관측이 있었던 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중국내 상황을 보면 백지시위 등 "불안하고 중요한 순간"에 발생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백지시위가 당초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했다가 시진핑 정부의 검열과 정치적 탄압에 분노하는 반정부 시위로 성격이 변하고 있어 장 전 주석 사망이 이런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메리 갤러거 미국 미시간대 중국학센터 소장은 "그의 사망은 현재 경제 환경과 끊임없는 코로나19 봉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초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전 주석은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중국 정부를 옹호한 후 덩샤오핑에 의해 주석으로 발탁됐다.

통상 전직 정치 지도자 사망으로 인한 내부 분열과 권력 투쟁은 종종 더 광범위한 사회적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톈안먼 사태는 1989년 4월 개혁 성향 중국 공산당 사무총장 후야오방 죽음으로 촉발됐고, 장 전 주석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후 주석직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를 당시와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다르며, 공산당 최고 간부들 사이에서 분열 징후도 거의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미 3연임에 성공했으며,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정치 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커우젠원(寇健文) 대만 정치대 교수는 "시진핑은 이미 10년 동안 집권했고 최고위 교체가 완료됐기 때문에 내부 엘리트들이 기회를 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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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AP/뉴시스]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 도심에서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한 시위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시위자의 입을 막고 있다.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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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추모식이 끝날 때까지 톈안먼 광장과 중국 전역 정부 청사, 해외 중국 대사관에 조기를 게양하되, 관례를 내세워 외국 정부 인사들과 관리들을 초청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혹여라도 장 전 주석 사망이 시 주석과 그의 측근 그룹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드레이어스 풀다 노팅엄대 정치학자는 "한 때 유명한 지도자들이 일단 사망하면 그들은 종종 찬사를 받고 오늘날 가치와 사회적 요구의 선구자로 기억된다"며 "이것이 중국 공산당이 장쩌민 사망에 따른 대중 애도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유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 이후 당의 최대 위기 속에서 자오쯔양 총서기 후임으로 장 전 주석을 뽑았다. 그는 톈안먼 사태 이후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선전 등을 감독했고, 중국을 세계경제 무대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

물론 그는 정치 개혁가는 아니었다. 1999년 베이징 시내에서 파룬궁 단체가 시위를 벌이자 수련을 금지시켰고 핵심 인사들을 투옥하는 등 강경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그의 집권 시기를 보다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가가 더 부유해지고 세계에 개방했으며, 기존 국제질서와 화합하는 등 기회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 주석이 이끌고 있는 현재 중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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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지난 27일 밤 시위대들이 백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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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베이징대 은퇴 교수는 "그는 정상국가라는 목표를 향해 우리가 큰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해줬다"며 "당시에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비교적 정상적인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이 교수는 "장 전 주석 시대에는 자주 (그를) 비판했지만 괜찮았다. 하지만 현 지도자를(시진핑을) 비판하면 감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거 소장 역시 비교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면서, 장 전 주석은 어려운 국가 부문 개혁을 추구하면서 수백만명의 실업자를 만들었지만 당시와 현재의 중국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들이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현재 중국이 "더욱 폐쇄되고 더 억압적"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백지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장 전 주석에 대한 향수가 확산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인터넷에서는 온라인 팬클럽 ‘하쓰(蛤絲·두꺼비 클럽)’이 익히 만들어진 바 있다. 두꺼비 클럽은 장 전 주석 트레이드마크인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과 커다란 얼굴이 두꺼비를 닮아 유래한 이름이다.

장 전 주석이 사망한 30일 오후 두꺼비 클럽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장 전 주석이 어떻게 "중국을 세계에 통합시켰는가" 하는 추모글을 올렸다. 한 인기 평론가는 장 전 주석 치하에서 외국 영화가 검열없이 중국 극장에서 상영됐고, 중국 축구대표단이 월드컵에 진출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시대는 끝났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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