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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디즈니, 100주년 앞두고 '반등'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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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독점 시대는 옛말…OTT마저 '계륵' 전락

CEO 교체 강수…'아바타: 물의 길' 위시 물량공세 예고

익숙함과 공감으로 무장…참신함은 아태 콘텐츠로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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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마우스와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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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 컴퍼니가 콘텐츠 시장을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올해 영화관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작품은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탑건: 매버릭(14억8665만7763달러).’ 디즈니는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27억9750민1328달러)’ 뒤 3년째 1위 탈환에 실패했다.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작품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9억5577만5804달러)’와 ‘토르: 러브 앤 썬더(7억6092만8081달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6억7824만4647달려)’ 세 편에 불과하다. 2019년에는 일곱 편이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비롯해 ‘라이온 킹(16억5694민3394달러)’, ‘겨울왕국 2(14억5002만6933달러)’, ‘캡틴 마블(11억2827만4794달러)’,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10억7414만4248달러)’, ‘토이 스토리 4(10억7339만4593달러)’, ‘알라딘(10억5069만3953달러)’ 등이다. 하나같이 10억달러 이상 벌었다.

야심차게 출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의 형편도 여의치 않다. 지난 분기에만 14억70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다. 3년 전 출시해 지금까지 입은 손해는 약 80억달러. 패인으로는 단연 무리한 콘텐츠 제작이 꼽힌다. 구독자를 끌어오려고 지난 1년 동안 약 30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경쟁자인 넷플릭스의 170억달러보다 약 1.8배 많은 규모다. 효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넷플릭스(2억2000만명)를 따돌리고 세계 가입자 수 1위(2억2100만명)로 올라섰으나 구독자 발을 묶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디어 분석 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미국에서 해지율은 2분기에 4%까지 치솟았다. 밥 체이펙 최고경영자(CEO)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어 그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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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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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지난달 20일 칼을 빼들었다. 체이펙 CEO를 해고하고 로버트 아이거 전 CEO를 구원투수로 데려왔다. ABC방송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미국 대기업 최고 연봉 CEO로 우뚝 선 전설적 인물이다. 디즈니를 15년 동안 이끌며 픽사스튜디오, 마블스튜디오, 21세기 폭스 등을 인수했다. 그 사이 디즈니 시총은 다섯 배가량 늘었다. 2019년 보여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반영된 결과였다.

당장 판도를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구독자 발을 묶어둘 콘텐츠 물량은 차고 넘친다. 적절한 홍보·마케팅이 뒷받침된다면 반등이 가능해 보인다. 선봉에는 오는 14일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하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29억2291만7914달러)을 기록한 '아바타(2009)'의 후속 작품이다. 최신 기술로 무장해 13년 만에 베일을 벗는다. 이번에도 메가폰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잡았다. '터미네이터(1984)', '에이리언 2(1986)', '트루 라이즈(1994)', '타이타닉(1998)' 등을 연출한 거장이다. 다음 달 9일 배우·제작진과 함께 내한해 업그레이드된 기술력과 확대된 규모를 직접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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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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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아시아태평양(APAC) 2022’는 이 같은 홍보·마케팅을 내년 라인업 전체에 확대 적용한 행사였다.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준비한 콘텐츠 약 쉰 편의 면면을 세세하게 소개했다. 하나같이 마블스튜디오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루카스필름, 픽사 스튜디오 등 산하 스튜디오의 기대작들이었다.

전면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5기를 장식할 마블스튜디오 작품들을 내걸었다. 내년 2월 17일 개봉하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비롯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내년 5월 5일 개봉)’, 디즈니+ ‘시크릿 인베이전(공개일 미정)’·‘로키 시즌2(내년 여름 공개)’ 등이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이 시리즈를 연출해온 페이턴 리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폴 러드, 이밴절린 릴리, 마이클 더글러스, 미셸 파이퍼 등이 다시 출연한다. 화상으로 행사에 참석한 루이스 데스포지토 마블스튜디오 공동대표는 내년 최고 기대작으로 꼽으며 “앤트맨과 와스프가 MCU 최고 악당 캉(조너선 메이저스)과 맞서 싸우는 흥미로운 이야기”라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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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시크릿 인베이전’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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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작품에서도 MCU 4기와 달리 익숙한 캐릭터들이 극을 이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와 새로운 차원의 가모라(조 샐다나) 사이에 싹트는 감정이 주요 볼거리다. ‘시크릿 인베이전’과 ‘로키 시즌2’는 각각 닉 퓨리(사뮤엘 L. 잭슨)와 로키(톰 히들스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년 7월 개봉하는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과 미즈 마블(이만 벨라니)의 협력이 관전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박서준의 출연으로 제작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데스포지토 대표는 “올해처럼 영화와 시리즈를 오가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세계관을 토대로 한 디즈니+ 시리즈 ‘아이언 하트’도 만나볼 수 있다”고 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창립 100주년 기념 작품으로 ‘위시(내년 11월 개봉 예정)’를 내놓는다. 별똥별의 탄생 배경을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배우 아리아나 드보스가 목소리를 연기한다. 흑인 인어공주 캐스팅으로 논란이 벌어졌던 ‘인어공주’와 나이지리아 애니메이션 회사와 합작한 '이와주', '라이온 킹' 속 무파사의 성장기를 그린 '무파사: 라이온 킹', '피터 팬과 웬디' 등도 개봉 또는 공개한다. 2024년 개봉을 목표로 '백설공주' 실사판도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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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어공주’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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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흑인 인어공주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인지 캐스팅한 핼리 베일리 조명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가운데 하나인 '파트 오브 유어 월드'를 부르는 장면을 공개한데 이어 캐스팅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션 베일리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프로덕션 사장은 "베일리는 굉장히 뛰어난 배우이자 훌륭한 노래 실력을 갖춘 실력자"라면서 "스크린 테스트를 했을 때 이 역의 적임자라고 바로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애리얼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에서는 이정재가 주연하는 '디 어콜라이트'를 비롯해 '만달로리안 시즌3‘, '스타워즈: 배드 배치 시즌 2’, '스타워즈: 비전스' 등을 선보인다. 영국에서 촬영 중인 이정재는 영상을 통해 “디즈니 가족의 일원이 돼 너무 기쁘다”며 “많은 기대와 관심,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루카스필름은 내년 6월 30일 ‘인디아나 존스 5’도 공개한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하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하는 액션 모험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날 공개된 예고편 가운데 가장 뜨거운 호응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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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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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급 작품으로 애니메이션계 판도를 뒤엎은 픽사 스튜디오는 ‘인사이드 2’와 ‘엘리멘탈’로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후자는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물·불·땅·공기 등 세상을 이루는 원소들을 의인화한다. 불의 모습을 한 앰버와 물의 모습을 한 웨이드가 함께하는 여정을 그린다.

손 감독은 “이민자인 제 부모님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1970년대 초 무일푼으로 뉴욕에서 새 삶을 시작하셨다”며 “우리는 서로 다 다르지만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러브스토리”라고 설명했다. 피트 닥터 픽사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개인적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은 우리를 바깥세상으로 안내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며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이 배가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숙함과 공감으로 무장한 라인업에 새로움과 참신함은 상대적으로 제작비 부담이 덜한 아시아태평양 콘텐츠로 채운다. 디즈니는 올해 아태지역 콘텐츠 마흔다섯 편을 선보여 관련 스트리밍 시간이 지난해보다 여덟 배 이상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아태지역에서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속적 성장을 보인다”라며 “긍정적인 미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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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카지노’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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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진의 최대 동력은 단연 한국 콘텐츠. 특히 드라마 ‘빅마우스’와 ‘사운드트랙 #1’, 예능 ‘인더숲: 우정여행’은 공개 첫 주 아태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톱(TOP)3에 이름을 올렸다. 올 연말 공개되는 '커넥트'와 '카지노'를 포함해 내년에는 열세 편을 선보인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을 비롯해 '사운드트랙 #1'과 '형사록'의 두 번째 시즌, 이연희·문소리 주연의 '레이스', 지창욱·위하준 주연의 '최악의 악', 이성경·김영광 주연의 '사랑이라 말해요.' 등이다. 유재석·이광수·권유리가 출연하는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도 시즌 2로 돌아온다.

K-팝 콘텐츠도 대거 준비돼 있다. BTS의 지난 9년과 앞으로의 계획을 담은 'BTS 모뉴먼트: 비욘드 더 스타'와 BTS 멤버 제이홉의 솔로 다큐멘터리, 슈퍼주니어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K-팝 산업 전반을 돌아보는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 NCT127의 월드 투어를 조명하는 'NCT127 더 로스트 보이즈' 등이 촬영을 앞두거나 제작을 마무리하고 있다.

디즈니는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도 열일곱 편 선보인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간니발’을 비롯해 일본 고단샤(講談社)와 협력해 만든 ‘도쿄 리벤져스’, 인도네시아 특유 공포 분위기가 잘 스며든 ‘피의 저주’와 ‘티라’ 등이다. 강 사장은 “지역적 특수성이 돋보이는 분야의 투자를 강화해 로컬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디즈니의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중심축은 아태 지역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싱가포르=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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