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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전신형 리얼돌' 수입 허용 초읽기···여성혐오 부추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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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관세청이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리얼돌' 전신형의 통관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리얼돌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세청은 리얼돌의 반신형 등과 같이 신체 일부만을 묘사한 리얼돌에 대해 통관을 허용했지만, 여기서 한 번 더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향후 아동·미성년 형상을 띈 리얼돌 통관을 금지하는 등 세부 지침 마련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관세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은 전신형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지침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법원이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 최소화 등을 이유로 리얼돌 통관을 잇달아 허용한 데 따른 조치다.

관세청은 최근까지 리얼돌을 '음란물'로 규정해 관세법에 따라 통관을 보류해왔다. 하지만 리얼돌 수입업자들이 통관을 허용해달라며 연이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월 법원이 '리얼돌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수입 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놓자 관세청도 입장을 바꿔 '반신형' 등 전신이 아닌 신체 일부를 묘사한 리얼돌에 한정돼 수입을 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수입업자들이 리얼돌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세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48건의 소송에서 관세청의 패소가 확정된 경우가 19건, 승소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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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리얼돌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물품이라는 인식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의견이 존재해 논란을 일으켜왔다. 일부 제품이 앳된 얼굴을 가진 청소년에 가깝게 묘사됐다는 점에서도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낳은 바 있다. 반대 의견으로는 개인의 성적 만족을 위한 성인용품 사용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뤄왔다. 사적 영역을 나라에서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현행 관세법은 리얼돌을 포함한 성행위 도구의 통관 허용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수입통관 불허 근거는 관세법 제234조(‘풍속을 해하는 물품’을 수출입금지품으로 지정)인데, ‘풍속을 해하는 물품’이라는 규정은 행정부·사법부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남는다.

해외 국가들은 리얼돌을 성기구의 일종으로 보고 기본적으로 수입 및 매매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아동의 신체 형태와 크기를 묘사한 리얼돌,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에 한해서는 수입·유통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영국 검찰청은 2019년 아동 리얼돌을 유통하거나 구매할 시 최대 12개월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고, 호주도 아동 리얼돌을 소지하거나 판매, 서비스하면 구금형에 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얼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일괄적 대책을 넘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수입과 유통이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세청은 전신형 리얼돌 통관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허용 시기, 세부 지침 등은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김주리 기자 rainb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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