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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현대 시공권 개입 시도"vs"아니다"…은마 갈등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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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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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통과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설계상 서울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 심도 약 60m를 관통한다.

주민들은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것을 결사반대하며 시공 우선협상자인 현대건설과 국토교통부에 우회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더는 우회안이 없다”고 못 박았고, ‘원안 고수’ 입장을 내비친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타깃으로 한 합동점검 실시한다고 밝혔다.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추진위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추진위 측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23일 은마아파트 주민들과 대화를 위해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 추진위원장 등이 초대를 받고도 불참했고, 최근에는 현대건설이 GTX-C 노선을 빌미로 은마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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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구 주택가에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 노선 관련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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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최정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의 행적을 살피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 시위를 주도하고 은마아파트 주민들에게 허위·과장 정보를 지속해서 유포해 혼란을 가중한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최 위원장이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열린 간담회에서 원희룡 장관은 "한 세대의 1만분의 1밖에 안 되는 지분을 가진 분이 앞장서 국책사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공금을 동원한 불법적 행동을 하는 데 대해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정희 위원장은 초등교사 출신으로 은마아파트 소유 지분이 한 가구의 1만분의1에 불과하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2020년 시아버지 소유 30평(전용 76.79㎡) 아파트에 배우자와 함께 지분 1만분의1씩을 증여받았다. 또 2020년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폭로한 일명 ‘테트리스 월세’의 당사자라는 의혹도 있다. 최 위원장 측이 30평 아파트를 9개의 방으로 쪼개 고등학생, 재수생 등 학생에게 임대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의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민원조사 과정에서는 담당 공무원과 시비로 인해 강남구청이 최 위원장을 고발한 일도 있었다. 다만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시부 명의 아파트에 1만분의1 지분 가진 위원장



추진위 측도 여러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만분의1’지분에 대해 최 위원장은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서는 해당 단지에서 3년 내 1년 이상 거주자는 추진위 임원이 될 수 있는데 시아버지가 이 아파트를 35년 동안 소유했고, 우리 부부도 8년 동안 거주했다”며 “주민들이 이런 사정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를 위원장에 뽑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소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고, 소유 건물 등 자산을 정리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 지역구 의원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일정비율 이상 지분을 소유해야만 조합의 임원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정법 개정안 발의했다.

국토부는 또 추진위가 GTX관련 시위에 주민들이 낸 장기수선충당금을 유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의 주요 시설의 교체, 보수 등을 위해 계획에 따라 적립하는 비용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별도로 조사를 진행 중인데 141억원 수준이던 은마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이 최근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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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외벽에 부착된 현수막.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C 노선 지하 통과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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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는 최근 28억원을 들여 외관 도색과 옥상 방수페인트 공사를 진행했다. 외벽에 균열과 누수가 생긴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에도, 준공 43년 차 단지로 최근 정비사업 계획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직후여서 논란이 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에 장기수선계획을 부적절하게 수립했다는 사유로 4건의 과태료가 부과됐고, 현재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단지 외벽 도색과 옥상 방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강남구청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공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2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추진위 관계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이 줄어든 것은 최근 외관 도색과 옥상 방수페인트 공사에 28억원, 온수배관교체에 49억원 등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감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은 추진위와 무관하며 집회에도 사용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현대건설이 재건축 시공권 개입”



추진위는 오히려 현대건설이 GTX-C 노선 우회안을 빌미로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려고 시도했고, 이를 거절하자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주장한다. 1979년에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19년 만에 서울시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현대건설이 GTX-C 노선 우회안 협상 자리에 이례적으로 주택과 임원을 참석시켰다”며 “당시 현대건설 측에서 단일 시공사로 은마를 멋지게 재건축할 수 있으며 GTX도 같이 안전하게 뚫어줄 수 있다는 취지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은마아파트 시공사는 2002년 선정된 삼성물산과 GS건설이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이 추후에 조합이 설립되면 총회를 통해 기존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건설을 단일시공사로 선정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GTX 총 공사비가 4조3000억원 수준인데, 재건축 공사비 규모는 최소 5조원 이상일 것”이라며 “현대건설의 제안을 거절했더니 비대위와 손잡고 추진위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택과 임원이 협상 자리에 참석했고, 일상적인 대화 수준에서 가볍게 얘기를 나눈 것은 맞다"며 "하지만 시공권과 관련해 공식적인 제안을 한 적은 없고 현재 회사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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