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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종 시티투어 버스 운행 중단... 볼거리 없어서? 차 창문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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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동절기 맞아 내년 2월 말까지 투어 중단
수억 들여 창문 없이 개조... "오토바이 타는 듯"

한국일보

정식 운행(4월 22일) 전이던 4월 5일 세종시의회 관계자들을 태운 세종 시티투어 버스가 세종시의회 마당에서 출발하고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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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추위에 따른 이용객 급감으로 시티투어 버스 운행을 내년 2월까지 중단한다. 시티투어 버스를 운용하고 있는 지자체 중 ‘추운 날씨’를 이유로 시티투어를 중지한 예는 찾기 쉽지 않다. 고가에 도입한 2층 버스를 관광용으로 개조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는 “시티투어 버스가 30일 운행을 마지막으로 올해 운행을 마무리한다”며 “버스는 내년 2월까지 이동 관광안내소로 활용하고, 중간중간 청주, 천안 등 주변 도시를 돌면서 세종시 관광 홍보에 투입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세종시는 올해 초 6억8,000만 원을 들여 2층 투어 버스 1대를 도입했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 독일의 상용차 제조업인 만(MAN)이 생산한 모델로, 차량 가격은 3억5,000만 원이다. 구입 후 3억3,000만 원을 들여 1층은 이동 관광안내소, 2층은 36개의 관광객용 좌석을 갖춘 버스로 개조했다.

큰 재정을 투입해 만들었지만, 운행은 저조했다. 홍보가 필요한 시티투어 버스 특성 탓에 운행 첫해인 올해 총 131회 운행에 그쳤다. 초기 금요일과 토요일에 각 1회씩, 주 2회만 운행하던 버스는 이후 주 5회, 주 9회 등으로 운행 횟수를 늘렸다. 11월 말 기준으로는 3개 코스를 주 5회, 총 8회 운행한 결과다.

총 이용객은 3,501명으로 집계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집계된 수치는 예약자 수”라며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은 ‘노쇼’를 뺀 실제 이용객 수는 이보다 20~30%가량 적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버스의 공급 좌석 수(36석)와 운행 횟수를 감안하면 예약 인원은 버스 운행당 26명, 실제 탑승 인원은 20명 정도 된다는 뜻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빈 버스를 돌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수요가 높은 요일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운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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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예약자 수는 5월 190명에서 10월 876명을 기록할 정도로 매달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기온이 떨어진 11월엔 716명으로 떨어졌다. 시티투어 버스는 비가 오거나 더운 날씨, 추운 날씨에도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계절과 무관하게 인기를 끌지만, 세종의 버스는 거꾸로 간 셈이다.

원인으로는 엉뚱했던 버스 개조 작업이 거론된다. 다른 지역의 시티투어 버스와 달리 이 버스엔 지붕이 없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리는 날엔 운영을 못 했다. 운행 개시일로부터 233일 동안 하루 한 번꼴에도 미치지 못하는 운행기록(131회)을 가진 이유다. 세종시 관계자는 “천으로 된 지붕이 있지만, 주차 중일 때 사용하고, 운행 중엔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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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야간투어를 마지막으로 내년 2월말까지 운행을 중단하는 세종 시티투어 버스 2층 모습. 비와 바람을 막는 지붕과 창문이 없는 탓에 비가 내리거나 추운 날에 운행이 불가능하다. 30일 오후 7시, 올해 마지막 운행에 투입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세종=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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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창문을 없앤 것도 패착으로 꼽힌다. 가을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던 ‘창문 없는 시티투어 버스’였지만, 기온이 내려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한 이용객은 “시속 40㎞ 정도의 속도로 달린다고는 하지만, 한겨울에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았다”며 “아이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해 식겁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3시 세종 지역 기온은 영하 2도, 체감온도 영하 7도를 기록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요청에 따라 이응다리, 정부청사 등의 코스를 생략하고 조기에 운행을 종료했다”며 “제기된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 보완해 세종시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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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시티투어 버스 외관. 1층은 관광안내소로 활용되고 2층엔 36개의 좌석이 있다. 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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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시티투어 버스 1층 내부 모습. 이동 관광안내소로 쓰이는 이 공간에는 각종 홍보 영상을 송출하는 대형 모니터와 관광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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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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