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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봉쇄 아닌 자유 원한다"…한국서 '백지 시위'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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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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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특보가 내린 30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 어울마당로 광장무대에 중국인 유학생 1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모였다. 중국 신장 우루무치 화재로 봉쇄 중이던 주민들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중국·미국·영국 등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백지 시위'에 동참하러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나선 것이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 중국어 간체자, 영어, 한글로 인쇄된 종이를 바닥에 붙이고, 촛불을 '11.24' 모양으로 놓아 지난 24일 발생한 우루무치 화재 사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표현하기도 했다.

집회는 20여분간 우루무치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침묵시위로 시작했다. 곧이어 "우리는 봉쇄 말고 자유를 원한다. 독재자 말고 자유를 원한다. 구금자를 석방하라."는 의미의 구호를 중국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외쳤다. 또 "우리는 신분자유, 언론자유, 민주자유 원한다"라는 외침을 반복했다.

이들은 국제가(国际歌·인터네셔널)를 합창하기도 했다. 국제가는 사회주의자들의 국제조직인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을 상징하는 150년 역사의 노래다. 국제가는 최근 항의 시위에서 '체제 전복'을 암시하는 노래로 통한다.

이번 시위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 '상하이 우루무치 지원'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약 450여명이 모여 집회에서 외칠 구호와 노래 등을 의논했다. 채팅방에선 "꽃, 흰 종이, 인쇄된 포스터를 가져가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집회 진행 중에도 "원으로 둘러싸면 밖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길게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와 실제로 대열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선창했던 중국인 유학생 A(24, 여)씨는 "우루무치 참사 희생자를 애도와 언론자유를 주장하기 위해 우리 모두 개별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이번 시위의 촉매제가 됐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4개월 가까이 봉쇄 중이던 신장에서 아파트 출입구가 잠긴 탓에 구조가 지연되며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참사 이후 중국 정부의 태도는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지난 26일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로에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중국 공안은 시위를 강제 해산하고 참가자 일부를 연행했다.

이들은 신원이 드러날까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 사이에선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감시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집회 참여자 중 누군가 중국어로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 등을 선창하자 다른 이들이 후창하기도 했지만, 집회 앞 대열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학생 2~3명이 뒤를 돌아 "오늘은 추모와 언론자유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며 극단적 구호를 자제시키기도 했다.

중국 공안(경찰)에 한 번 끌려간 경험이 있다고 밝힌 중국인 유학생 B(22, 남)씨는 "우루무치 화재 참사는 봉쇄로 인해 구조를 즉시 하지 못해 인명피해를 키운 인재인데 공안 당국은 언론 통제뿐 아니라 애도만 해도 경고 조치를 하거나 끌고 갔다"며 "자발적인 추모인데도 공안이 1시간 동안 집요하게 추궁하는 질문 중 하나는 외국인이 시켰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소식을 접하고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는 중국인 유학생 C(23, 남)씨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백지 시위'가 우루무치 화재뿐 아니라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그간 축적돼왔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봤다. C씨는 "중국에선 봉쇄 정책 때문에 대학생들이 기숙사 밖을 나가는 것도 자유롭지 않다"며 "그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쌓였던 게 이번에 터져 나왔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는 중국인 유학생 D(25, 여)씨는 "코로나19 확진자 1명만 나와도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도 "한국엔 시진핑 지지 세력이 많아 집회에 나오기 주저됐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오지 못한 재한 중국인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연대의 뜻을 보냈다. 또 부산과 광주 등에서도 추모 및 연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을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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