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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월드컵 탈락에 폭죽 터뜨리며 축하한 이란 국민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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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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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미국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이란의 일부 국민들이 자국의 패배가 확정된 직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불꽃놀이까지 동원된 축하행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의 패배에도 월드컵이 정권 선전의 기회가 되지 않은 것에 만족감을 표한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이란인터내셔널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월드컵 조별예산에서 이란의 패배가 확정되자, 수도 테헤란 등 반정부 시위가 진행돼온 이란 주요 도시에선 군중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축하행사를 벌였다.

특히 쿠르드족 도시인 마하바드와 마리반, 사케즈 등에서 이같은 모습은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케즈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으로, 반정부 시위 확산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이들 지역에선 이란 대표팀의 패배가 확정되자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같은 모습을 담은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도 확산됐다.

경향신문

이란 국민들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서로 팔짱을 낀 채 춤을 추고 있다 | 트위터캡처




조국의 패배를 축하한 시민들 다수는 월드컵이 정권 선전의 기회가 되지 않은 것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경기에서 이란이 적대 관계인 미국을 이긴다면 이란 정권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지난 경기에서 이란 대표팀이 웨일즈를 꺾자 축하 행사를 열었던 이란 보안군은 이날 패배를 축하하던 시민들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패배로 이란의 월드컵 여정은 끝났으나, 이번 월드컵에선 경기장 바깥에서 이란과 관련된 극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히잡 시위의 풍파 속에 카타르에 도착한 이란 축구대표팀은 조별예선 1차전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고 시위에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로부터 “(같은 행동을 하면) 가족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쏘아올린 연대의 물결은 경기장 안팎으로 확산됐다. 지난 웨일즈와의 2차전에서는 경기장 밖에서 히잡 시위에 연대하는 이란 관중들과 이를 막으려는 친정부 성향 군중들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전을 앞두고는 미국 대표팀이 SNS에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한, 변형된 모양의 이란 국기를 올려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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