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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뚝뚝 '울보 막내'…그런 손흥민 달라지게 한 '노란 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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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8일 카타트월드컵 조별리그 H조 가나와의 2차전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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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8년 9월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 이날 축구팬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쏠렸다. 바로 노란색 주장 완장의 향방이다.

새 주장 선임은 이날 킥오프 직전까지 여러 설왕설래가 있을 정도로 관심이 큰 사안이었다. 당시 한국축구는 기성용(33)이라는 걸출한 중원사령관이 캡틴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해 러시아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가 논의됐고, 또 파울루벤투(53·포르투갈)라는 새 사령탑이 부임하면서 기성용이 주장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정권을 쥔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전까지 끝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이날 그라운드로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손흥민(30)이었다. 노란색 완장을 단 채 동료들을 이끌며 자신의 캡틴 데뷔전을 2-0 승리로 장식했다. 이미 자타공인 최고의 에이스로 손꼽히던 손흥민은 이후 4년간 주장을 맡으며 각종 A매치와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무거운 완장을 차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이처럼 한국축구에서 주장이 갖는 무게감은 작지 않다. 명예뿐인 직함이라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단의 리더라는 점만으로도 그 책임감은 막중하다.

주장의 비중은 역대 한국축구를 이끈 캡틴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쉽게 느낄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주장 계보는 곧 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와도 궤를 같이했다.

그 시작은 사상 첫 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1954 스위스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비수였던 고(故) 주영광이 초대 주장을 맡았다. 이어 1986년 멕시코 대회 미드필더 박창선(69)을 시작으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수비수 故 정용환, 1994년 미국 대회 골키퍼 최인영(60), 1998년 프랑스 대회 수비수 최영일(56)이 계보를 이어갔다. 모두 실력과 리더십을 함께 인정받았던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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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홍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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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 주장으로는 역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53)가 꼽힌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황선홍(54)과 함께 맏형 라인을 이뤄 거스 히딩크(76·네덜란드)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노릇을 했다.

4강 신화를 쓴 대회였던 만큼 주장과 관련된 일화도 많다. 당시 선수단의 사이의 선후배 문화를 바꾸기 위해 히딩크 감독의 지시로 막내 이천수(41)가 홍명보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남아있다.

이어 2006 독일월드컵 ‘거미손 캡틴’ 이운재(49)를 거친 완장은 2010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박지성(41)에게 넘겨졌다. 2002년 대회를 기점으로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박지성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앞세워 동료들을 다독였다. 말보다 행동으로 리더십을 보여줬고, 이는 원정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16강 진출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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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맞대결을 벌인 박지성(왼쪽)과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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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이 주장을 맡은 뒤로 한국축구에는 해외파 캡틴이 계속 등장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마인츠 소속의 구자철(33)이 리더를 맡았고, 4년 뒤 독일월드컵에선 스완지시티 미드필더 기성용이 주장으로 나섰다.

둘의 등장은 한국축구의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했다. 먼저 구자철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내리 완장을 차면서 일찌감치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그러면서 25살의 나이로 브라질월드컵 캡틴으로 임명됐다. 한국축구의 최초의 20대 주장 탄생이었다. 또, 뒤이어서는 기성용이 독일월드컵을 이끌었다. 구자철, 이청용(34)과 함께 등장한 기성용은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온 박지성의 리더십을 본받아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원사령관 임무를 다했다.

이처럼 실력과 명성을 모두 갖춘 선배들의 뒤를 이어 새로 완장을 찬 이는 손흥민이다. 브라질 대회를 통해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손흥민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막내 이미지가 강했다. 브라질에선 물론 러시아에서도 조별리그 탈락 직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던 장면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주장을 맡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고, 벤투 감독 부임과 함께 축구국가대표팀 정식 캡틴으로 자리하며 리더십을 뽐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크나큰 악재도 만났다. 최근 경기 도중 눈 주위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한때 카타르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손흥민은 주장답게 이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대신 혹시 모를 추가 부상을 우려해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이번 대회를 누비고 있다.

한국은 28일 조별리그 H조 가나와의 2차전에서 2-3으로 지면서 이번 대회 1무1패를 기록 중이다. 16강행이 다소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다음달 3일 포르투갈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충분히 조별리그 통과를 노려볼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캡틴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지금처럼만 잘해주면 주장으로서 정말 고마울 것 같다.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는 말로 운명의 3차전을 임하는 각오를 대신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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