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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화물 업무개시명령에 노조 "반헌법적" vs 경찰 "불법행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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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인천본부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 협약 위반"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만 몰고 가는 정부"

인천항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 "파업 관련 불법행위 엄단"

경찰청장 방문 항만서 못 700개 발견…화물연대 "우리와 무관"

노컷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본부 조합원들이 30일 인천시청 앞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민주노총 인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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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정부가 시멘트 분야의 운송 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30일 노조와 경찰이 인천에서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반헌법적이라며 책임있는 교섭을 요구했고, 경찰은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 협약 위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본부는 이날 "윤석열 정부는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화물연대와 책임있게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법 개정이 이뤄진 2004년 이후 처음 시행된 반헌법적 조치인 데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한 처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화물차 과적을 막고 적정 임금을 보장해 국민과 화물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일몰제가 아닌 제도로 영구화하자는 취지"라며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노동 탄압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이날 △업무개시명령 철회 △화물노동자와의 대화·협상 재개 △국회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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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한라시멘트 앞에서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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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화물 노동자들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만 몰고 가는 정부"

이번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자인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조치에 반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시멘트 화물 노동자 100여 명도 이날 인천시 중구 항동 인천한라시멘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소지가 있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명령에 따른 강제노동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오남준 화물연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분과장은 "안전운임제로 시멘트 노동자들의 월평균 업무시간은 11.3% 감소했고 장시간 노동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현재 전체 노동자 6%에게만 해당하는 운임제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물연대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만 몰고 가는 정부에 강하게 항의한다"며 "정부는 노동 탄압을 멈추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화물차주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시행 전 10년간 시멘트 화물 노동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마이너스 14%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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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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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 "파업 관련 불법행위 엄단"

반면 이날 인천 신항을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파업과 관련한 불법이 있다며 이를 강조했다.

윤 청장은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파업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 세력을 앞세워 국가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잡는 악습"이라고 정의하면서 "법치를 수호하는 경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파업 행위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예외없이 엄중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인천신항을)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청장은 "최근 부산에서 이동 중인 화물차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사한 일이 있었는데 테러에 준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운송 방해나 보복 폭행이 이뤄질 경우 행위자와 배후자, 주동자까지 처벌되도록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11건, 21명을 수사하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가용 경찰 인력 100%를 운영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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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 신항 일대 도로에서 9㎝짜리 못 700여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도로에 떨어진 못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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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방문 항만서 못 700개 발견…화물연대 "우리와 무관"

한편 이날 윤 청장이 방문한 인천 신항 인근 도로에서 못 700여 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9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 신항 일대 도로에 못이 뿌려져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당시 인천 신항에서 남동공단으로 향하는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에는 약 2㎞ 구간에 걸쳐 길이 9㎝짜리 못 700여 개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도로 1차로의 차량 통행을 막은 뒤 못을 수거했다. 이날 현재까지 도로에 뿌려진 못으로 인해 경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 행위와 연관성이 있는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화물연대 측은 "화물연대는 정부와 투쟁하고 있는 것이지 누군가를 해코지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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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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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날 국토교통부는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 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일감과 화물차 번호판을 함께 관리하는 '지입' 시멘트 운수사들에는 당장 이날 오후 명령서가 전달된다. 번호판만 관리하고 일감은 다른 회사에서 받는 '용차'의 경우 운수종사자 개인에게 명령서를 전달한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됐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실제로 발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관련 규정을 근거로 발동된 일이 처음일 뿐, 앞서 2020년 8월 의료노조 파업으로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전임의 27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긴 전공의 10명을 고발한 전례는 있다.

화물연대는 이번 명령에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법적 대응이 진행되면 정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 초래를 인정할 상당한 이유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요건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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