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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대법, 한동훈 '독직폭행' 혐의 정진웅 무죄 확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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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가법상 독직폭행 기소→1심 형법상 독직폭행 유죄→2심 무죄

독직폭행의 '고의' 없다고 본 2심 판단 유지돼

채널A 사건 수사팀장 "일부 검사의 잘못된 기소… 책임져야"

아시아경제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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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4·사법연수원 29기)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연구위원에 대한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해 및 피고인의 독직폭행에 관한 고의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독직폭행의 고의와 상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2020년 7월 29일 한 장관이 검찰의 1차 압수수색 이후 새로 구입한 휴대전화의 유심칩을 확보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한 장관을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독직폭행)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정 연구위원은 또 다른 검사 1명과 4명의 수사관과 함께 한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영장을 열람하던 한 장관은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변호인을 참여시키기 위해 정 연구위원의 허락을 받고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한 장관이 휴대전화 잠금 비밀번호를 푸는 모습을 휴대전화에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어플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것으로 착각한 정 연구위원이 소파에 앉아 있던 한 장관에게 몸을 날려 무리하게 휴대전화를 다시 빼앗으려다 두 사람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고, 정 연구위원이 한 장관을 깔아뭉개는 상태가 됐다.

검찰은 한 장관의 상해진단서 등을 근거로 한 장관이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인대 경부의 염좌 등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 특정범죄가중법상 독직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렸던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를 맡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부장검사였지만 이례적으로 직접 한 장관의 근무지인 법무연수원 용인분원까지 압수수색을 나갔다가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특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의)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고 얘기하고, 정 연구위원이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하여 (검언유착의) 실체적 진실에 상당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수사팀장 격인 정 연구위원이 직접 압수수색에 나선 모습에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이 아직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 장관이 상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특정범죄가중법상 독직폭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상해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형법상 독직폭행죄 유죄를 인정, 정 연구위원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유형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피해자가 증거인멸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인신구속 과정뿐만 아니라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의 신체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정범죄가중법 제4조의2(체포·감금 등의 가중처벌) 1항은 형법 제125조의 독직폭행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제125조(폭행, 가혹행위)는 검찰이나 경찰 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형사피의자 등을 폭행한 경우 일반 폭행보다 무겁게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에서 정 연구위원 측은 형법 제125조의 '직무'는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의미하기 때문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에는 적용될 수 없다거나, 정 연구위원에게 독직폭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설사 독직폭행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해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오상정당행위(정당행위 상황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그 같은 상황이 존재한다고 착오를 일으킨 경우.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의 일종)에 해당되는데 그 같은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 고의가 조각된다고도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2심 재판부 역시 정 연구위원 측의 나머지 주장(직무 관련, 정당행위, 오상정당행위)들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의 독직폭행에 대한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독직폭행의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바,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이 압수수색에 나서기 전 수사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정보 등을 기초로 한 장관이 안면인식의 방법으로 자신의 휴대전화(아이폰) 잠금을 해제한 뒤 곧바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한 장관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듯한 행동을 하자 비밀번호를 입력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삭제하거나 어플 자체를 삭제하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점에서, 처음 정 연구위원이 한 장관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할 당시에는 한 장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압수수색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도만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 연구위원이 소파에 앉아 있던 한 장관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몸이 포개진 상태로 함께 바닥에 떨어져 한 장관의 몸이 정 연구위원에게 눌리게 된 상태에서도 정 연구위원이 계속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시도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두 사람의 위치, 소파의 높이 등을 고려할 때 정 연구위원이 소파에 앉아 있던 한 장관이 피하는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를 확보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한 장관의 몸 위로 쓰러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정 연구위원)이 쓰러지면서 수반되는 힘과 피고인의 반대편으로 손을 뻗고 있던 피해자(한 장관)의 자세가 결합하여 피고인·피해자가 소파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게 되는 결과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 결과 발생의 위험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직후 이뤄진 객관적인 확인 절차에 의하면 피해자의 증거인멸 시도 등은 없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이 적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직후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서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일부 검사의 잘못된 기소에 대해 법과 정의에 부합하는 현명한 판결을 해주신 사법부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의 기초사실인 정진웅 전 부장검사와 한동훈 전 검사장 사이의 신체적 접촉은 한 전 검사장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압수된 휴대폰 비밀번호를 묵비하는 등 사법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휴대폰 유심칩을 추가로 압수하는 적법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그야말로 우발적으로 발생한 돌발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의자였던 한 전 검사장이 채널A 사건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검사의 적법한 공무집행행위를 고의를 가진 악의적인 '권력의 폭력'인 것처럼 규정, 고발하고 일부 검사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경위로 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기소했다가 사법부의 정확한 판단에 따라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이제 이 기소에 관여한 법무부, 검찰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정진웅 전 부장검사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시간"이라며 "또한 주임검사까지 무리하게 변경해 부당하게 기소한 수사팀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널A 강요미수'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던 한 장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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