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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교황 “소수민족 출신 러시아군 가장 잔인”…‘인종차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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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한 인터뷰에서 체첸·부랴트인 거론

부랴트인 단체, “용납할 수 없는 발언”


한겨레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군인들 가운데 체첸·부랴트 등 소수 민족 출신자들이 가장 잔인하다고 말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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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인 가운데 체첸인이나 부랴트인 등 러시아 전통과 거리가 있는 소수 민족 출신자들이 가장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황은 28일(현지시각) 발간된 미국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들어간 군인들의 잔인함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했다”며 “일반적으로 볼 때 가장 잔인한 이들은 러시아의 전통에 속하지 않는 체첸인, 부랴트인 등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침략한 것은 분명 러시아 국가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잘 알지만, (개인적)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보다 전반적으로 비판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러시아에서는 소수 민족 차별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9일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는 더이상 러시아 혐오가 아니다.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도 모를 수준의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다민족, 다신조(다종교) 국가를 대표하는 체첸인, 부랴트인, 기타 대표들과 우리는 하나의 가족이다”라고 덧붙였다.

자하로바 대변인이 ‘다신조’까지 거론한 것은 체첸인 다수는 이슬람교도이고 몽골계 부랴트인 중에는 불교도가 많은 데다가 교황이 ‘러시아의 전통’까지 거론함으로써 종교 문제까지 건드린 것으로 풀이한 때문으로 보인다.

전쟁에 반대하는 ‘자유 부랴트 재단’의 알렉산드라 가르마차포바 대표도 교황의 발언이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인 것”이라며 “이런 발언을 읽으면서 극도로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면으로 봐도 소수 민족에 속하지 않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제국주의적 전쟁을 시작해 이끌고 있다”며 “교황은 그를 개인적으로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이를 회피하기로 작심했다”고 말했다. 가르마차포바는 지난 4월 초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한 우크라이나쪽 조사 결과도 주류 러시아계 군인들을 주요 용의자로 지목한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 정교회가 이번 전쟁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 하나라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교회를 이끄는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은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이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가디언>은 인권 단체들과 독립적인 언론 매체들이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를 수없이 확인했지만, 소수 민족 출신자들이 더 잔인하게 행동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비치 아브데예프 주교황청 러시아 대사는 이날 교황의 발언에 대해 교황청쪽에 공식 항의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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