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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풀리식, 이란의 방패 뚫다... 미국 16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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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이란 0-1 미국

오마이뉴스

미국을 16강으로 보내는 풀리식의 득점 ▲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미국 대 이란 경기 전반 38분에 미국의 크리스천 풀리식(24·첼시)이 득점하고 있다. 경기전 조 3위였던 미국은 이날 기존 조 2위였던 이란을 제압, 조 2위로 올라서며 16강에 진출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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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치적 앙숙' 이란과 24년 만의 월드컵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하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미국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1승 2무(승점 5)를 기록한 미국은 이란(승점 3)과 웨일스(승점 1)를 제치고, B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풀리식 결승골' 미국, 이란의 견고한 수비벽 뚫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미국의 상황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이란의 상황이 잘 대변된 경기였다. 미국은 웅크리고 있는 이란을 맞아 쉴새없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몰아쳤다. 미국은 크리스천 풀리식–조쉬 사전트-티모시 웨아를 앞세운 공격진의 빠른 스피드로 이란을 흔들었다. 이란은 전반 20분까지 슈팅을 시도하지 못할 만큼 수비에만 치중했다.

전반 28분 세컨볼 상황에서 웨아의 헤더가 힘이 약해 베이란반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3분 사전트의 패스를 받은 웨아의 슈팅이 골문 위로 솟구쳤다.

미국은 전반 38분 승부의 균형추를 깼다. 매케니의 롱패스로 시작된 공격에서 측면을 파고든 데스트가 헤더로 문전을 향해 배달했다. 이때 쇄도하던 풀리식이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이란 베이란반드 골키퍼와 강하게 충돌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라도 투혼을 발휘한 득점이었다.

수세에 몰린 이란은 왼쪽 풀백 모하마디가 근육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겹쳤다. 이에 중앙 미드필더 카리미가 투입되면서 하지 사피는 왼쪽 풀백으로 내려갔다. 이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아즈문 대신 고도스를 투입해 공격진을 재편했다. 타레미가 최전방으로 이동하고, 고도스는 왼쪽 윙 포워드에 자리했다. 미국도 전반 선제골 상황에서 부상을 당한 풀리식을 대신 에런슨으로 투입하며 변화를 가져갔다.

후반 중반까지 미국이 주도권을 잡는 흐름이었다. 이란은 좀처럼 공격으로의 매끄러운 전환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란은 후반 7분 고도스, 후반 25분 에자톨리의 슈팅으로 미국 골문을 노렸으나 정확도가 떨어졌다.

양 팀 간의 벤치 싸움이 치열했다. 이란은 후반 26분 누롤라히, 하지 사피 대신 토라비, 잘랄리를 넣은 데 이어 후반 32분 안사리파르드를 투입했다. 공격진을 고도스-안사리파르드-타레미로 구성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반면 미국도 후반 37분 지머맨, 무어를 넣으며 완전히 내려앉는 수비 형태를 취했다. 이란의 공격이 점차적으로 거세졌으나 미국은 견고하게 버티며 결국 실점 없이 승리로 마감했다.

정치적 앙숙 간의 맞대결, 이번에는 미국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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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 패배 후 좌절한 이란 라민 레자이안 ▲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의 라민 레자이안이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을 상대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패배한 뒤 좌절하고 있다. 이란은 0-1로 미국에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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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은 정치적으로 오랜 앙숙이다. 1979년 이란에서 반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 국의 대립은 심화됐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제재를 가했으며, 2020년 1월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로 불리던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암살하면서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다.

두 팀은 월드컵에서 통산 두 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이란이 미국에 2-1 승리를 거두고, 월드컵 역사상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24년 만에 열린 리턴 매치에서 미국이 웃었다. 16강 진출의 중요한 길목에서 만난 가운데 이란은 비기기만 해도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구축한 이란 특유의 강한 수비 조직력은 결국 미국의 공세에 무너졌다.

미국은 중앙에서 측면으로의 빠른 전환 패스로 해법을 찾았다. 그리고 해결사는 미국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풀리식이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팀 내 최다골로 8년 만에 미국을 본선으로 이끈 풀리식은 본선에서도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발휘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2회 연속 16강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한 미국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충격의 북중미 예선 탈락으로 절치부심했다. 이후 그렉 버홀터 감독을 선임,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팀 연령대를 대폭 낮췄다. 새로운 황금 세대들은 유럽 빅리그로 진출하며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웠다.

사실 이번 월드컵은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겨냥한 프로젝트 팀이었다. 2026년 자국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젊은피를 앞세운 역동적인 움직임과 높은 에너지 레벨을 통해 8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반정부 시위 여파' 이란, 사상 첫 16강 진출 실패

반면 이란은 통산 6번째 월드컵 도전에서 사상 첫 조별리그 통과를 목표로 내세웠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전 2-6 대패 이후 웨일스와의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16강에 다가섰지만 끝내 미국을 넘지 못했다.

이란 내부에서 확산 중인 반정부 시위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된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란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극심해진 상황이었다.

이란 선수들은 경기 시작에 앞서 국가가 흘러나올 때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거나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행위를 보일 경우 선수들의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러한 난기류가 이란 대표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오는 4일 A조 1위 네덜란드와 16강전을 치른다.

박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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