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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임원 ‘승진 잔치’는 끝났다…인사 칼바람에도 00임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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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한파에 여성·융합인재 주목


매일경제

[사진 = 매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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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의 ‘승진 잔치’였던 올해와는 달리 내년에는 역대급 인사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올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7100명을 넘어서며 지난 2014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경기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전략이 내년 인사에 담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30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 연말 내년 초까지 이어질 2023년 대기업 임원 인사의 특징은 임원 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다수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보상 차원에서 임원을 다수 등용했다면 올해는 임원 인사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도 경기 전망을 다소 어둡게 보는 경우가 높아 경영을 보수적으로 펼쳐나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100대 기업 임원 수는 코로나19가 본격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에는 6932명이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6871명, 6664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대기업 임원 숫자도 크게 줄었다. 그러다 2022년 올해는 7100명을 넘어서며 임원 자리가 급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경영 실적 호조 영향이 컸다. 2021년 기준 100대 기업 영업이익과 이전해보다 60%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배(倍) 이상 급증했다. 1년 새 경영 성적표가 크게 좋아 지다 보니 100대 기업 임원 숫자도 500명 넘게 늘어난 것이다. 100대 기업 1개 기업 당 평균 5명꼴로 임원이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올 연말 내년 초 사이 단행될 인사에서 100대 기업 임원 숫자는 다시 7000명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100대 기업 기준 1개 당 평균 2~3명 정도의 임원 수가 올해보다 줄어들 경우 내년에는 6850명~6950명 정도 사이에서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업 실적 악화와 인건비 부담이 컸던 IT 업종에서 임원 수를 다소 줄이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화학을 비롯해 금융, 건설, 식품, 유통 분야 등에서도 임원 책상이 사라지는 곳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임원 수 줄어도 여성 임원은 지속 늘어날듯


내년에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인원이 줄어도 여성 임원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이러한 배경에는 2025년에 ESG공시 의무화가 실시되고, 여성 임원을 배출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우수한 여성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기업도 더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달성할 때까지는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역설적으로 향후 몇 년 간 여성 임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국내 대기업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숫자는 2004년 13명에서 2013년에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이후 5년이 지난 2018년에는 216명으로 처음으로 200명대를 돌파했다. 2018년 이후 3년이 지난 2021년에는 322명으로 300명대로 진입했다. 그러다 올해는 403명으로 400명대로 올라섰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내년에는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45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임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중은 올해 5.6%로 이제야 겨우 5%를 넘어선 상황이다. 1000대 기업 CEO급에서도 2.4%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1350명의 CEO 중 여성은 겨우 32명에 그쳤다.

특히, 400명이 넘는 올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중 40% 정도는 IT 업종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 10명 중 4명꼴로 삼성전자와 네이버, SK하이닉스 등 IT업체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석유화학, 금융, 유통 분야 등에서도 10%대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IT업체서 여성 임원을 얼마나 더 늘릴지도 내년 임원 인사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 LG그룹에서 두 명의 여성 CEO를 배출해 화제를 모았다. 조만간 단행될 삼성과 SK 그룹 등에서도 사장급 이상 여성 승진자가 나올 지도 관심사다.

주요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이영희 부사장이 사장 후보군 중 1순위로 거론 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 김봉옥 부사장, 삼성SDS 김영주 부사장 등도 향후에 사장(社長) 자리까지 올라설지 여부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인사 칼바람에도 융합형 인재 주목


내년 임원 인사에서는 2~3개 분야에서 두루 활약하는 융합(Fusion) 인재의 승진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거만 하더라도 한 분야에 정통한 ‘I자형’ 인재가 두각을 보였다. 알파벳 I자 모양처럼 특정 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지식 등이 깊은 인재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지면서도 이후 ‘T자형’ 인재를 선호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됐다. T자형 인재는 한마디로 ‘넓고 깊게’ 아는 인재로 요약된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F자형 인재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T자형 인재가 자신의 전문 영역 이 외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두루두루 넓게 아는 정도라면, F자형은 T자형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제2, 3의 분야까지도 해박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를 지칭한다.

단적인 예로 최근에는 변호사들이 기업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이들 변호사들 중에는 단순히 법률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경영기획, 마케팅, 인사, 홍보 등의 다른 영역에서도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법률에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한 형태의 융합형 인재인 셈이다.

무엇보다 융합형 인재의 가장 큰 메리트는 2~3개 분야에 능통하기 때문에 차후에 CEO로 진출할 가능성도 한층 높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CEO 자리까지 오르려면 특정 한 분야에서만 실력을 보여주기 보다는 두세 분야에서 실력이 입증돼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융합형 인재들은 그만큼 회사 내에서도 핵심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 중 대표적인 융합형 인재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꼽힌다. 대학에서 이공계 학과를 전공한 최 대표는 법률적 지식이 풍부한 변호사 출신이면서도 홍보와 마케팅 경력도 갖춘 전형적인 융합형 인재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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