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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돈맥경화'에 기업들 '불안'…금리 인상 속 3분기에 낸 이자만 6兆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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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00대 기업 3분기 이자비용, 전년比 1.8조 증가…기업 대출 금리도 5% 넘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3분기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의 이자부담이 전년 동기보다 대폭 늘면서 추가 부담액만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3분기 총 이자비용은 전년보다  42% 이상 늘어나 6조원을 넘어선 상태로, 같은 기간 동안 벌어 들인 영업이익의 20%에 달했다. 반면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판단하는 이자보상배율은 '반 토막' 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 수도 전년 동기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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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의 이자부담이 전년 동기보다 대폭 늘면서 추가 부담액만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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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68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기별 이자비용과 이자보상배율 등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 이자비용은 총 6조1천54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3천321억원) 대비 1조8천219억원(42.1%)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이자비용이 가장 큰 곳은 한국전력공사로 7천223억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 2천399억원, 삼성전자 2천165억원, 포스코홀딩스 1천716억원, 현대자동차 1천489억원, SK하이닉스 1천487억원, 한국수력원자력 1천435억원, 한화 1천430억원, 롯데쇼핑 1천290억원, HMM 1천125억원, 대한항공 1천66억원, LG디스플레이 1천64억원, 아시아나항공 1천1억원으로, 이자비용만 1천억원 이상을 지출한 기업이 총 13곳이었다.

또 전체 조사대상 기업 268곳 중 올 3분기 이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기업은 236곳(88.1%)에 달했다. 이 중 이자비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한국전력공사로 전년 동기보다 2천312억원(47.1%↑) 증가했다. 이어 포스코홀딩스 831억원(93.9%↑), SK하이닉스 827억원(125.3%↑), 한국가스공사 813억원(51.3%↑), 삼성전자 795억원(58.0%↑), 현대자동차 708억원(90.7%↑), 한화 515억원(56.2%↑) 등도 이자비용이 늘었다.

이처럼 3분기 주요 기업의 이자비용이 증가한 데 반해 영업이익은 34조7천3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조4천421억원)보다 14조7천85억원(29.7%) 감소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은 절반 이상 줄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은 5.6배로 전년 동기(11.4배)보다 5.8배 감소했다. 이자보상배율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기업도 268곳 중 166곳(61.9%)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 값이 작을수록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 수치가 1 미만으로 떨어지면 해당 기간 벌어 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지난해 3분기 35곳에서 올 3분기 40곳으로 5곳 늘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시스템, SKC, 대한전선, 태영건설, 롯데하이마트, 현대리바트, 코리아세븐, 팜스코, 한신공영 등은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었지만, 올 3분기에는 1 아래로 떨어졌다.

또 넥센타이어, 한국가스공사, 금호타이어, HJ중공업, KCC건설, 한화에너지 등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했다.

이자비용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개선된 기업은 77곳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자비용 97억원(43.4%↑)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8천946억원(흑자전환) 증가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6.2배로 크게 올랐다. 이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은 4.0배, 삼성물산은 6.8배에서 13.8배로, 현대오일뱅크는 5.7배에서 8.8배로, GS칼텍스는 10.6배에서 13.7배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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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CEO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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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 속에 기업 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기업들의 자금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전월대비 0.61%포인트 오른 5.27%로 집계됐다. 이는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라 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2012년 9월(연 5.3%)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 상승 폭 역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월(2.46%포인트) 이후 24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70%포인트 오른 5.08%로 집계됐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대출금리가 연 5%를 넘어선 적은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전월대비 0.62%포인트 오른 5.49%를 기록했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 팀장은 "지표금리 상승, 은행대출 수요 확대 등으로 기업대출 금리가 상승했다"며 "특히 고금리 장기대출 취급, 회사채시장 위축에 따른 은행대출 수요 증가 등으로 상승폭이 큰 폭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금리 현상으로 특히 중소기업들은 자금줄이 마르면서 줄도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 부담뿐 아니라 대출 연장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이어지면 흑자 기업들마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도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준금리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대출 금리로 인해 고금리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과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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