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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韓 스마트폰 판도] ㊤ 차포 떼는 삼성…애플 공략에 지각변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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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韓 상륙 이어 통화 녹음 금지 우려까지…삼성, '삼밴통' 장점 희석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70~8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차별점으로 꼽히던 간편결제 서비스를 더 이상 무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데다 통화 녹음 기능 역시 법안으로 막힐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애플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애플페이'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애플페이 약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 2014년 애플페이를 출시하고, 2019년 골드만삭스와 협업해 신용카드 애플카드를 선보이는 등 금융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아 애플페이를 실물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애플카드 역시 사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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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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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는 결제 방식이 꼽힌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는데,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는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TS) 방식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의 경우 MTS와 NFC를 모두 지원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간편결제'는 갤럭시만의 차별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갤럭시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갈아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삼성페이'가 거론된다.

실제 갤럭시 유저 사이에서는 이른바 '삼밴통'이 장점으로 여겨진다. 삼성페이, 유튜브 밴스드, 통화 녹음을 가리키는 말로, 아이폰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들이어서 갤럭시를 선택하는 이유로 꼽히곤 했다.

당초 업계에선 애플페이 사용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 영향을 주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었다.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이 5% 수준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사용처가 확대될 가능성이 나오는 분위기다. NFC 단말기가 이미 설치된 코스트코,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등 커피전문점, CU, GS25,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롯데하이마트, 이디야 등도 장비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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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사진=애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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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정식으로 도입되기 전부터 업체들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그만큼 애플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애플페이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사용처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초 운전면허증을 삼성페이에 등록해 모바일로 면허 여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28일부터는 세계 최초로 UWB(초광대역) 기반의 '디지털 홈 키'를 삼성페이를 통해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페이 관련 광고도 시작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신용카드, 디지털키, 탑승권 등을 지원한다는 점을 담은 광고로, 애플페이와의 차별점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관련 광고를 하는 것은 지난 2019년 갤럭시S10 출시 이후 3년 만이다. 특히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의 이슈가 없음에도 광고에 나선 것은 애플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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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광고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삼성전자의 차별점으로 꼽히는 '통화 녹음' 역시 금지법이 추진되면서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최근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에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 않아 해당 기능은 갤럭시만의 차별점으로 꼽히곤 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13개주와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상대의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애플은 통화 녹음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갤럭시만의 차별점이 또 하나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다만 통화 녹음 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만큼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3월 '유튜브 밴스드'가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무기를 하나 잃은 상태다. '유튜브 밴스드'는 유튜브 광고를 차단해주는 앱으로, 지난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역시 갤럭시의 장점으로 통했다. 하지만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수익 창출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등 문제가 지속 제기되자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갤럭시의 차별점이 줄어든 틈을 타 애플은 한국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 내 애플의 점유율도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16.6%에서 2020년 17.9%, 지난해 24.4%까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꽉 잡고 있었는데, 다양한 변수가 생기면서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페이가 진입 초기인 데다 통화 녹음 금지 법안도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장의 영향은 없겠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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