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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7년전 파산했던 中 조선소 STX다롄, 경쟁자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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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산한 중국 다롄(대련) 소재 STX다롄 조선소가 신조 사업을 재개한다. 중국 국적 대기업의 자회사로 편입된 STX다롄은 한국 조선업계의 핵심 선종인 유조선(탱커·석유, 휘발유 등을 주로 실어 나르는 배) 시장에 진출할 예정으로, 과거 STX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진해 케이조선이나 현대미포조선 등과도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섬유·정유·화학 대기업 집단 헝리(恒力)그룹 계열의 헝리중공업은 STX다롄 조선소 시설을 약 17억3000만위안(약 3300억원)에 사들인 후, 그룹 자체 수요를 위한 2만DWT(재화중량톤수·선박에 적재할 수 있는 최대량)급 석탄운반용 벌크선 4척을 발주했다.

조선비즈

파산 전 STX다롄조선소 전경./조선DB



1994년 설립된 직물 회사에서 출발한 헝리그룹은 정유, 석유화학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헝리그룹 창업자인 판홍웨이는 정유 및 섬유 제품을 위한 공급망을 완성하겠다는 그룹의 비전을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석탄 운반선으로 신조 사업을 재개하는 STX다롄 조선소는 향후 석유제품운반선이나 대형원유운반선 등 탱커도 건조하고, 그룹 외부의 신조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조선업계에서는 STX다롄 조선소의 탱커 건조 기술이 당분간 한국을 추격하기 힘들 것으로 보면서도,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탱커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인력 수급이 쉬운 중국 기업이 한국 기술로 만들어진 초대형 조선소를 가동하기 시작하면 고부가가치선박 시장에서 추격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STX다롄 조선소는 중국 북부 최대 규모 부지 위에 한 해 40~50척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독(dock·선박건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옛 STX조선해양이 다롄에 조선소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은 3조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유암코-KHI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사명을 케이조선으로 바꾸고 경남 창원의 진해 조선소와 탱커시장을 중심으로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가장 경쟁력을 갖춘 제품은 중형(4만 DWT 내외) 석유제품운반선과 중대형(10만 DWT 내외)인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으로, 다롄조선소가 진출을 예고한 선종과 겹친다.

한국 조선업의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 조선업계는 2010년대 건화물 벌크선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워왔지만, 액체화물 중심의 고부가가치선박 시장에서는 한국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21~2022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물량이 늘며 한국 조선소들의 공급 능력이 한계에 부딪히자, 중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선박 시장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중국에서 LNG 운반선은 후둥중화조선 밖에 건조할 수 없었지만 쟝난조선, 양쯔장조선 등 중국의 대형 조선소가 앞다퉈 진출하면서 올해 중국조선소의 LNG 운반선 연간 수주물량은 50척을 넘어설 전망이다.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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