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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호텔 넘본 교육 쌈짓돈에 쏟아진 뭇매[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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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머니투데이

"애들 밥이나 똑바로 해줘라. 시덥잖은 짓하지 말고. 아직도 애들 식판보면 열천불 난다."

"학교가 왜 호텔을 짓냐. 애들한테 뭔 교육을 하시려고. 아니면 사업하려고. 웃기고들 있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17개 시·도교육청이 각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전수조사한 결과를 공개하자 쏟아진 댓글들 중 일부다. 특히 제주도의 한 호텔을 사들여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숙소로 활용하겠다는 울산시교육청의 사례는 감사원 감사 필요성까지 거론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제로 울산시교육청은 200억원의 예산을 울산학생교육원 제주분원 설립에 편성했다. 이는 올해 추가경정(추경)예산안에 반영했던 사업이다. 당시에도 울산시교육청은 제주 도두일동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한 호텔을 매입할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추경과 내년 예산안 모두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항 근처라 소음 문제가 있는데다 주변 호텔에 비해 비싸고 운영비 부담도 크다는 우려에서다.

교육청 예산이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는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초·중·고 신입생 등을 대상으로 한 입학·진학지원금은 매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내년 예산안에 올려놓은 서울시교육청의 입학지원금만 578억원에 달할 정도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출생등록 후 1년 이상 거주하면 100만~200만원의 출산지원비를, 부산시교육청은 1인당 7만원의 졸업앨범비도 준다. 노트북이나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기기 지급은 이미 일상화가 됐고, 교복비와 수학여행비를 지원해주는 교육청도 많다.

이런 선심성 지출을 부추기며 뒷받침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산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다. 유·초·중등 교육을 관할하는 교육청만 쓸 수 있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수의 일부로 조성된다. 1972년 도입됐을 때와 달라진게 없다. 하지만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수 급증세와 함께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다. 올해 교육교부금은 추가경정예산과 세계잉여금 정산분까지 포함할 경우 지난해보다 20조9604억원 늘어난 81조2975억원이다. 국가예산정책처는 2020년 59조6000억원에서 2030년 89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학생 수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17세 학령인구 수는 2020년 548만명에서 2030년 407만명으로 25% 넘게 감소될 것으로 추산됐다.

윤석열 정부가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 신설을 통한 교육교부금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교육청 예산 중 일부(올해 기준 3조6000억원)를 특별회계로 넘겨 14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는 대학을 지원하는게 골자다. 앞서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1인당 초·중등 교육 지출은 한국이 1위인데 반해 고등교육 지출은 32위인 하위권"이라며 "초·중·고 교육과정에선 소득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다가 대학이상 과정에선 최하위 수준의 교육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대학에 필요한 '돈주머니'를 달아주는 일은 험난해 보인다. "교육 전체를 퇴보시킬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는 교육감들의 반대는 물론이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여야 갈등으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일성으로 교육개혁을 연금·노동개혁과 함께 "초당적·초정파적으로 해결할 문제"로 꼽았다.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는 '특별회계 신설'이 사실상 윤석열표 교육개혁의 첫 시험대가 된 셈이다. 이 관문을 넘어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인재양성과 지방대 지원 등 새 정부 교육정책이 힘을 받는다. 국가 예산 운영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교육교부세 개편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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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정책사회부장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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