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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대만 독주 속 中파운드리 10% 벽 뚫어…K반도체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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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일본 정부는 최근 2022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반도체 관련 예산으로 1조3000억엔(약 12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 지원, 반도체 부품·소재 확보,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 등이 주요 사용처다. 새로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산업 지원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와 NTT, 소니 등 일본의 8개 대표 기업은 이달 초 '라피두스(Rapidus)'라는 차세대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다.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AI)에 이용되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술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 미쓰이UFJ 은행은 물론 정부도 보조금으로 지원에 나선다.

# 2020년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 점유율 순위에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라는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YMTC는 2020년 0.8%였던 시장점유율을 올해 2분기 3.4%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200단 이상 적층 기술을 적용한 3D 낸드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존 반도체 강자들과 본격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굴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는 현 위치에 안주한 사이 세계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세계 반도체 산업 주요 경쟁국들이 달려가는 사이에 한국 반도체가 '사면초가'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우선 미국은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 7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과시켰다.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의 국가 종합 과학기술 전략을 담은 법이다. 이 법에서 미국은 향후 5년간 527억달러(약 70조원)를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연방 정부 지원뿐 아니라 주와 시 단위로도 기업들에 좋은 제안을 하고 있다"며 "금전적인 혜택을 넘어 신규 공장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 조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성한 일본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한때 50% 이상 점유율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은 이제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반도체 산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6월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서 발표한 '성장전략 실행계획'에서는 핵심 과제로 반도체 산업 부활이 제시됐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해 공급망을 새로 재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 차세대 반도체, 미래 기술 육성 등 3단계로 구성된 '반도체 산업 기반 긴급 강화 패키지'를 수립하는 등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에 대만 TSMC가 도쿄 인근에 반도체 연구소를 개설하고, 사업비 절반을 일본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또 구마모토에 TSMC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건립 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제재가 시작된 이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서도 반도체는 7대 핵심 육성 기술 중 하나로 꼽혔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최근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곳 중 19곳이 중국 기업이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1곳이 늘어난 숫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추격자 신세"라고 말할 정도다. 중국 팹리스 기업은 2810곳으로 한국(120곳)의 23배 수준이다. 파운드리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국 팹리스 기업을 등에 업고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0.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올라섰다. 이는 삼성전자를 6.1%포인트 바짝 따라붙은 수준이다. 중국 파운드리 1위인 SMIC와 화훙그룹, 넥스칩이 나란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제재도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해외 위탁 생산이 어려워지자 자국 팹리스 기업들의 중저가 반도체 생산을 도맡으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제재로 회로 선폭 14나노 이하 공정의 초정밀 반도체 제조가 막힌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제조와 AI 반도체 설계 등 틈새시장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은 이에 대응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은 2021년 중요 산업정책으로 '6대 핵심 전략산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반도체 첨단 공정 개발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연구 개발이 포함돼 있다. 대만 경제부는 '반도체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해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인프라 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최승진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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