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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인데 '연 5% 예금' 왜 없지? 정부 압박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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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정기 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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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에서 5%대 예금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권 자금 쏠림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최근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면서부터다.

29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원(WON) 플러스 예금’은 1년 만기 기준 4.98%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먼저 ‘정기예금 5% 시대’를 연 상품이었다. 지난 13일 1년 만기에 연 5.18%의 금리를 줬으나 하루 만에 연 4.98%로 내려간 뒤 5%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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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KB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KB 스타 정기예금)도 최근 금리가 4%대로 뒷걸음질 쳤다. 이 상품은 매주 금리가 변동되는데 지난 14일 1년 만기 연 5.01% 금리를 제공했다. 5%대 금리를 제공한 것은 일주일뿐이었다. 예금 금리는 21일부터 연 4.82%로 내렸고, 현재(29일 기준)는 연 4.7%로 하락했다.

최근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기존 1년 이상 만기에 줬던 5%대 금리를 1년 만기로 한정했다. 29일 기준 이 상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5.1%다. 기본금리(4.8%)에 0.3%포인트 특별 우대금리를 더해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는 (인터넷뱅킹 가입 같은) 우대 조건 없이 1년 가입자에 한해 제공한다”며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특별우리금리는 변경이나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는 29일 연 4.95%로 보름 전(연 4.85%)보다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상 후 경쟁적으로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를 올리던 은행들이 달라졌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자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등이 곧바로 수신금리를 최대 1%포인트(우대금리 포함) 올렸다. 히지만 이달 2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의 예금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린 데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크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자금확보를 위한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자금시장의 ‘돈맥경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은행권 자금 쏠림을 우려해서다. 은행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예금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 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 금리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경쟁사의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에 눈치 보느라 예금 인상에 적극 나서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감독 수준에서 벗어난 정부의 개입은 시장경쟁 원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같은 개입은 예금 금리는 낮아지는 데 대출 금리만 뛰는 이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리 인상기에 예금 금리만 뒷걸음치면 예금이자로 생활하는 퇴직자와 노년층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가운데 수신금리만 제한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예금금리가 정상적이지 않게 오르면서 단기 자금을 다 빨아들이고 있다"며 "예금 금리 인상 →대출 금리 인상 → 예금 금리 인상이라는 악순환을 제어할 필요가 크다"라고 전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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