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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대 사기’ 엄일석 사망에 허망한 피해자들 “내 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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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거액 투자…상장폐지되자 심리적 갈등

재판은 공소기각 수순, 피해 회복도 어려울 듯


한겨레

비상장주식 부정거래 의혹을 받는 엄일석 필립에셋 회장이 2018년 11월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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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대 장외주식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엄일석(54) 전 필립에셋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뒤 향후 재판 절차에 관심이 모인다. 엄 전 회장 재판은 변호인이 무려 15차례나 교체되면서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엄 전 회장의 재판을 법원이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 전 회장은 지난 24일 오후 8시 서울 강남 여산빌딩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엄 전 회장은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주식 전문가로 활동한 엄씨는 2018년 광주에서 소형항공사를 설립해 이듬해 광주~김포 항공노선을 취항하는 등 재력가로 행세했다. 하지만 엄 전 회장 등 12명은 2018년 11월 광주광역시 필립에셋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비상장 기업의 장외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뒤 “상장이 임박했다”는 등 허위정보를 퍼트려 2~2.5배까지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들이 563억원을 사기적 부정거래로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엄 전 회장은 2019년 5월 보석을 허가받아 세상 밖으로 나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엄 전 회장은 그간 변호사만 무려 15차례나 교체해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샀다. 엄 전 회장 사건 변호인단에는 검찰과 법원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엄 전 회장이 운영하던 회사를 통해 장외주식을 매입해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수년 동안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엄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의 재판은 지난 3월에 열렸다가 올 10월에야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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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일석 전 필립에셋 회장은 에어필립 항공사를 설립해 광주~김포 항공노선을 운항하며 주변에 재력가로 행세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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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광주지법 쪽은 29일 <한겨레>에 “증인이 출석하지 않았거나 피고인 입장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기일변경을 한 적 있지만 지난해까지 재판부가 한 달 1~2회 재판을 하며 빨리 속행하려고 했다”며 “올해 초 변경된 재판부가 쟁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피고인들이 계속 변호인을 교체한 것은 법원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피고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변호인이 새로 선임돼서 재판이 지연됐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엄 전 회장은 서울에 진출해 코인 판매 회사를 운영하며 재기를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엄 전 회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엄 전 회장이 ‘조만간 상장되는 코인을 만든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고, 투자자들의 돈을 발판으로 삼아 기사회생을 노렸다”고 말했다. 엄 전 회장은 이 돈을 받아 또다른 코인에 투자했으나 해당 코인이 지난 24일 거래소에서 거래 중지 처분을 받으며 궁지에 몰렸다. 그의 지인은 “막판엔 주변에 몇천만원을 빌리려고 연락을 하는 등 많이 흔들렸다”고 전했다.

엄 전 회장 등 12명의 재판은 다음달 5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엄 전 회장의 사망으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엄 전 회장 외 다른 피고인 11명에 대한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광주지법 쪽은 “공소기각을 하려면 유족이 사망에 관한 행정업무 처리를 해줘야 하는데 아직 안 되고 있다. 이번처럼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건 같은 경우에는 기본 증명서에 사망을 기재하는 행정처리가 필요하다”며 “엄 피고인이 사망했다고 해서 책임자 처벌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엄 전 회장의 사망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카페 모임방엔 “엄일석 사망했다는 말이 도는데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입금해준다더니 죽었다 연락 왔어요”라는 등 피해자들의 절망 섞인 글이 올라와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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