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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화 복귀' 오선진 "사인하러 가는 길,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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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재수…"자리 잡지 못한 20대 후반, 30대 초반 후배들에게 희망 줬으면"

연합뉴스

한화로 복귀한 프로야구 FA 오선진
(서울=연합뉴스) 한화 이글스가 29일 FA 내야수 오선진과 1+1년 최대 4억 원(계약금 1억5천만 원, 연봉 1억 원, 인센티브 2천5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화와 계약한 오선진. 2022.11.29 [한화 이글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 입단 후 가장 자주 걷던 길이 이날만큼은 매우 특별했다.

오선진(33)은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살면서 가장 정신없는 하루였다. 대전구장 가는 길은 눈을 감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데, 오늘은 그 길이 참 낯설더라"고 웃었다.

이날 오선진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1+1년 최대 4억원(계약금 1억5천만원, 연봉 1억원, 인센티브 2천500만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오선진은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에서 생애 첫 FA 계약을 했다. 오늘 계약서에 사인하러 야구장으로 가는 데 기분이 이상했다"며 "행복한 기분과 '이제 진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뒤섞였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26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오선진은 지난해 6월 외야수 이성곤(30)과 1대 1 트레이드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오선진은 올해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6, 3홈런, 24타점을 올렸다.

옆구리 부상으로 시즌 초 전열에서 이탈하고도 거둔 준수한 성적이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견고한 수비력에, 공격 지표도 상승해 오선진을 향한 평가는 더 높아졌다.

연합뉴스

한화로 돌아온 오선진
(서울=연합뉴스) 한화 이글스가 29일 FA 내야수 오선진과 1+1년 최대 4억 원(계약금 1억5천만 원, 연봉 1억 원, 인센티브 2천5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계약 후 기념 촬영하는 오선진(오른쪽)과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 2022.11.29 [한화 이글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번 겨울, 오선진은 마음을 굳게 먹고 FA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1시즌이 끝나고 처음 FA 자격을 얻은 오선진은 '냉정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올해도 걱정은 컸다.

오선진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삼성에서 즐겁게 선수 생활을 해서, 'FA가 아닌 일반 재계약으로 1년을 더 보낼까'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FA를 위해 선수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은 FA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FA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대형 FA 계약이 이어지는 동안, 오선진도 몇몇 구단과 협상했다.

한화가 가장 적극적으로 오선진에게 영입 제안을 했고, 오선진은 1년 5개월 만에 한화로 돌아왔다.

오선진은 FA를 신청하기 전, '결혼식 날짜'부터 잡았다.

그는 12월 18일에 결혼한다.

오선진은 "여자친구의 고향이 청주다. 한화가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대전에 신혼집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FA 시장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막막한 느낌이었는데, 모든 게 잘 풀렸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FA 시장은 '스타 플레이어'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오선진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선수에게도 기회는 온다.

"나도 내가 FA 계약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감히 후배들에게 조언할 자격도 없다"고 몸을 낮추던 오선진은 "1군과 2군을 오가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후배들에게 나의 FA 계약이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독해진 오선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선진을 가까이서 본 지도자, 동료들의 평가는 한결같다.

"정말 착한 선수다. 야구도 참 예쁘게 한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성격과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 재능'을 칭찬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는 아쉬움도 담겼다.

많은 지도자가 "오선진은 너무 착하다. 야구할 때는 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착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오선진은 그라운드 위에서 점점 독해졌고, FA 계약까지 했다.

오선진은 평소의 착한 성격대로 "삼성에서 1년 반 동안 뛰면서 많이 배웠다. 구단, 선수단,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며 "에이전트 홍승빈 HSB코퍼레이션 대표가 나보다 더 많이 고생했다. 홍승빈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꼭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2023년 시즌이 시작되고,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 그는 다시 독해질 생각이다.

오선진은 "구단과 팬들께 '오선진이 복귀해 팀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열심히 훈련하고,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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