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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검찰, ‘서해 피격’ 윗선 서훈 구속영장 청구···구속 여부에 수사 성패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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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서 전 실장 구속 땐 명분 확보

실패 땐 무리한 수사 비판 직면

경향신문

10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서 전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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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안보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서 전 실장이 처음이다. 전 정부 대북 안보라인의 정점에 있던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전체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29일 서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2월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속단하고 이와 배치되는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 기관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내리기 위해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국가안보실 지시에 따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감청 정보 등 기밀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기관 내부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서 전 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자료를 관계 부처에 삭제하라고 지시했는지, 이 회의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정했는지 추궁했다. 그해 10월까지 이어진 관련 회의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있었는지 조사했다. 또 해당 관계장관회의의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서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렸던 관계장관회의에서는 국방부의 SI(특별 취급 정보) 첩보를 분석·공유하고 진위를 파악했던 단계에 불과했다”며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 내리거나 자료 삭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서 전 장관이나 박 전 원장이 자체적 판단으로 배포선을 일부 축소했을 수는 있지만, 청와대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격식을 갖춘 NSC(국가안전보장회의)나 국무회의 같은 회의에서나 회의록을 작성한다. 특정이슈를 논의하는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조사하면서 서 전 실장 등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과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도 조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0년 9월23일 오전 8시30분 문 전 대통령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최초 대면보고했을 당시와 서 전 실장이 같은 해 9월24일 오전 9시 문 전 대통령에게 국방부 분석 보고서 내용을 대면보고를 했을 당시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고했고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는지 물었다. 같은 해 9월27일 문 전 대통령이 주재하고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노 전 실장 등이 참석한 관계장관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과 회의 참석자 사이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도 조사했다.

서 전 실장은 문 전 대통령과 이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서해 피격 사건은 관계장관회의 등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전부 보고됐으며, 문 전 대통령이 특정 자료를 은폐하라거나 조작하라는 등의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이 서 전 실장 등에게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진술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지침을 내렸다는 것은 감사원의 감사 자료에도 담겨 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혐의가 중대하고 그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서 전 실장을 맨 윗선으로 보고, 그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조사는 사건 진행 경과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어서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 등에게 문 전 대통령이 국정원·국방부의 자료 삭제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 등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 사건의 최정점으로 꼽히는 서 전 실장이 구속되면 이번 수사는 상당한 명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서 전 실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 검찰 수사가 전 정권을 겨냥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구속적부심 끝에 석방된 서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기소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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