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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보금자리론 금리 내년엔 5%”… 생애 첫 내 집 마련 심리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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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리 연 3%대 보금자리론을 활용해 매수하려 했던 경기도 소재 아파트값이 최근 1억원 이상 빠졌다. 당시 계약을 하지 않았던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7500만원인 30대 신혼부부 A씨)
A씨는 “지난해 보금자리론 금리가 현 금리보다 1%P 이상 낮았지만, 집값은 1년 만에 25% 이상 떨어졌다”면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만큼, 주택 매수 시점을 더 미루려 한다”고 말했다.


6억원 이하 주택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보금자리론 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보금자리론 금리를 연말까지 동결한 데 이어 29일부터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새 상품도 내놨으나, 위축된 수요가 쉽사리 살아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서민형 정책 모기지 상품이라는 특성상 수요자들의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은 데다, 주택 가격 하락기에 대출 이자 부담을 떠안는 데 대한 심리적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보금자리론은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신혼부부는 연 85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시세 6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 자금을 최대 3억6000만원까지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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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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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주금공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자가 주택가격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기존에는 담보주택 소재지와 유형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5%~70%로 적용해왔는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LTV를 80%까지 높였다. 이에 맞춰 대출한도도 3억 6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확대했다.

현재 보금자리론 금리는 최저 연 4.15~ 최고 연 4.55%다. 만약 기존 보유 대출이 없는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보금자리론을 통해 최대 4억2000만원을 금리 연 4.5%(40년 만기)에 빌릴 경우,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시 매월 193만9944원을 납입해야 한다. 이자를 중심으로 갚다가 서서히 월 상환액을 높여가는 체증식을 택하면 월 납입금은 160만여원~261만여원이 된다. 원금을 분할해서 균등하게 납입해 잔금과 이자를 줄여가는 체감식을 택할 경우 월납입금은 월 248만여원~87만여원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보금자리론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금리가 오르고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보금자리론 수요는 빠르게 줄었다. 주금공에 따르면 작년 11월 보금자리론 판매실적(공급액)은 1조6830억원으로 이후 매월 감소해 지난 8월 판매실적은 6693억원에 그쳤다. 올해 1∼8월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공급액은 11조20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7226억원)의 47.2%에 불과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가 주택 매수의 지렛대 역할을 해온 보금자리론 금리가 이미 4%대를 넘어섰고, 현재 주택 가격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저가 주택 수요와 거래량이 크게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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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 주택구입 보금자리론 주요 내용./주택금융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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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일각에선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보금자리론 금리가 내년에는 5%대에 이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국고채 5년물 금리 영향을 받는다. 주금공 관계자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급등하면 보금자리론 금리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해왔다. 그럼에도 앞서 서민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명분 하에 주금공은 보금자리론 금리를 최대 0.35%포인트 낮춰 연내까지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금리 상승과 함께 주금공의 자금 조달 비용이 따라 늘어나면 보금자리론 금리 역시 오를 수 있다. 물론 정책 모기지 상품이라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인위적으로 인상 폭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주금공이 떠안는 역마진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책모기지상품을 현실에 맞게 개선한 점은 의미 있으나, 생애 최초 보금자리론이 위축된 6억원 이하 주택 시장의 매수 심리를 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특히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고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코로나19 대유행 속 영끌 대출 매매와 갭투자가 급증했던 중저가 주택 시장이 받는 충격이 대출 규제로 현금 매수만 가능한 초고가 주택 시장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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