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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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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 핀란드 총리 '파워 여성'에… "불도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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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파티' 논란에 사과 대신 정공법

"여성에만 엄격한 이중 잣대 밀어 부숴"

2030 여성은 물론 힐러리도 적극 지지

“2022년에는 정치지도자들도 춤추고 노래하고 파티에 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희망한다.”

세계일보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지난 8월 이른바 ‘광란의 파티’ 논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을 해명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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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이른바 ‘광란의 파티’ 논란에 휩싸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일각의 비난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던진 말이다. 그러자 2030세대 여성들이 “총리도 즐길 권리가 있다”며 그를 옹호했고 ‘유독 여성 정치인한테만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들이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글로벌 여성지 ‘마리끌레르’가 마린 총리를 이같은 ‘이중 잣대’에 맞서 싸우는 불도저에 비유하며 올해의 여성으로 꼽았다.

29일 마리끌레르 온라인 홈페이지를 보면 최신호에 실린 올해의 ‘파워 리스트’, 즉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들 명단이 눈길을 끈다. 마리끌레르는 “자신의 분야에서 장벽을 허물고, 사업을 통해 거대한 성공을 거두며, 차별과 싸우거나, 특정한 신념을 옹호하는 여성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총 36명(팀)의 여성 가운데 정치인은 마린 총리를 비롯해 단 2명뿐이다. 마리끌레르는 “올해 36세의 마린 총리는 전 세계의 여성 지도자들에게 존재하는 이중 잣대를 불도저로 밀어 부수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지난 8월 마린 총리가 휴일에 모 클럽에서 유명 연예인 등과 파티를 즐기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돼 핀란드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영상을 보면 마린 총리는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모습으로 노래를 열창하거나 격렬한 동작의 춤을 추고 있다. 당장 야당에서 “총리가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정세가 엄혹한 시기에 아무리 휴일이라도 총리가 관저를 이탈해 파티에 간 것은 부절적한 처신이란 비판도 잇따랐다. 일부 언론은 그를 ‘파티 총리’라고 부르며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마린 총리는 무작정 사과하는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휴일에는 총리도 춤추고 노래하고 파티에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에 소홀하지 않았고 혹시 비상사태가 생기면 총리관저로 복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마린 총리는 “결코 약물에 의존하지 않았다”며 자진해서 마약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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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오른쪽)가 지난 24일(현지시간) 핀란드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공동 기자회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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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지켜보기만 하던 핀란드, 그리고 전 세계의 2030세대 여성들은 마린 총리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SNS에 자신이 춤추고 노래하고 파티를 즐기는 사진을 앞다퉈 올리며 “뭐가 문제냐”고 따졌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같은 거물도 마린 총리 응원 대열에 동참했다. 자신이 장관 시절 외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그날 밤 클럽에서 춤을 추는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계속 춤춰요, 산나”라고 적었다.

마리끌레르는 “마린 총리의 파티 영상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성차별을 주제로 한 대화에 불이 붙었다”며 “그 와중에 마린 총리는 핀란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새로운 목표 설정,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제재 등 주요 정책 분야에서 열심히 일했고 일정한 성공도 거뒀다”고 평가했다. 최근 핀란드 정부는 “마린 총리의 행동은 부적절하지 않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린 총리와 함께 뽑힌 여성 정치인은 리즈 체니 미국 하원의원이다. 그는 공화당 소속임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등 소신을 굳게 지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외에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 힙합 가수 리조, 쿠바 출신 가수 카밀라 카베요, 호주 기업인 멜라니 퍼킨스, 로스앤젤레스(LA)의 여자 축구단 ‘앤젤시티’ 등이 파워 여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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