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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비효율' 경남 청년센터 폐지…"청년의 꿈 예산 숫자로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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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청년연대 "청년정책 효율성으로만 평가 안 돼, 청년과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 통지"

경남도 "비효율 청년센터 폐지하고 청년 예산 늘려 지원 강화할 것"

노컷뉴스

경남청년연대 기자회견. 최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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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과의 '소통'을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박완수 경남지사의 그 '소통'이라는 틀 안에는 청년이 없었던 모양이다.

박완수 경남도정의 갑작스러운 '청년센터(청년온나)' 폐지에 청년들은 "놀랐다"고 했고, '청년기본조례'에 명시된 청년센터가 사라지는 데 당사자인 청년과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는 것에 분노했다.

"경남은 청년 유출이 계속 심화하고 있음에도 청년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청년센터를 없애려고 합니다. 도지사는 경남에 청년이 다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청년들에게 경남청년센터는 그저 장소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청년은 때로는 돈이 없어서 때로는 장소가 없어서 꿈을 꿔보지도 못합니다. 박완수 지사는 경남에 사는 청년의 꿈과 기회를 빼앗아 가지 마십시오."(경남청년유니온 이지현 위원장)

"'청년온나'라는 공간을 없애며 얼마나 많은 예산을 아끼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청년온나를 없애는 것이 경남에 사는 청년에게 주는 실망감도 가늠할 수 없습니다. 청년이 만날 기회를 없애고, 동아리 지원사업과 같이 청년이 지역에서 뭉치고 일어날 기회를 없애고, 토론회와 세미나를 기획하고 참여하며 경남의 미래를 상상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그저 '예산'의 숫자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더 청년의 공간과 기회를 가져가야 속이 시원하십니까?"(문준혁)

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당사자그룹과 청년 활동을 지지하는 시민연대인 경남청년연대는 29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완수 경남도정에 청년은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청년센터는 청년 정책 전달 체계로서 정책의 효과적 시행을 위해 당사자와 소통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 등 대부분의 광역지자체에서 청년기본조례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년센터는 우울감을 겪고 있는 청년,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는 청년,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있는 청년에게 관심을 준 공간이며 청년의 지역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해 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런 공간이 12월에 폐쇄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박 지사가 도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청년센터가 없다"며 "이렇게 갑자기 없어지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년센터가 없어지는 점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서울만 해도 광역·기초를 합하면 180개가 넘는 청년센터가 운영 중인데,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흐름과 역행하며 경남은 반대로 폐쇄하고 효율적 운영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센터가 주로 없는 서부경남 청년은 경남 청년센터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기회마저 제공받을 수 없다는 점, 도내 시군에서도 청년센터를 없애는 부정적인 선례를 남긴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청년센터가 없어지는 결정에 청년 당사자들의 의견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년센터를 없애는 것은 청년에 대한 예의도 존중도 없다는 것"이라며 "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기구를 이용하지 않고 소통 없이 일방적 통지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청년 정책은 효율성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청년센터를 없앤다는 계획을 재고하고 센터와 공간을 요구하는 청년의 물음에 경남도는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컷뉴스

경남도 반박 기자회견. 최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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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도는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연대의 우려를 일축했다.

경남도 김태희 청년정책추진단장은 "청년센터 운영 예산은 61.8%인데, 청년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38.2%에 불과하다"며 비효율적인 구조적 문제를 폐쇄 이유로 들었다.

또, 청년센터의 이용실적도 저조하다고 했다. 9월 말 기준 센터 방문 인원 4113명으로, 하루 평균 15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시군 청년센터와의 역할 중복으로 광역 단위 청년센터의 운영 필요성이 낮다고 했다.

김 단장은 "청년 정책에 대한 도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폐지를 결정했다"며 "비효율적으로 운영한 청년센터를 폐지하고 청년 지원 예산으로 재투입해 청년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당초 예산에 올해 청년 지원 예산 815억 원보다 215억 원을 늘린 1027억 원을 편성했고, 청년을 위한 일자리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도는 경남 청년센터 방문자 대다수가 창원 인근 지역인 만큼 지역별 청년 거점 공간을 조성하고자 청년문화활성화 공모사업, 청년 거점공간 조성사업을 시행할 방침이다. 다음 달 중에 청년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해 내년에 청년정책 로드맵 수립을 연구용역을 하는 등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청년센터는 폐지되지만, 청년의 지원은 오히려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경남청년센터인 '청년온나'는 김경수 전임 도정 때인 2019년 6월 창원 상남동에 문을 열었다. 재무·심리상담, 동아리 모임 지원 사업, 청년 프로젝트 지원 사업, 청년 연구자 육성 사업, 청년센터 연계사업 등을 추진했으며, 다음 달 문을 닫는다.

경남출자·출연기관노동조합협의회는 "청년센터는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으로, 청년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강화, 확대돼야 할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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