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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업무개시명령에 인천 화물 노동자들 "정부가 유도한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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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화 의지 없어…찍어 누르겠다는 것"

정부, 시멘트업계 운송 노동자 대상 업무개시명령 발동

화물 노동자 업무개시명령 발동…2004년 도입 이래 처음

노컷뉴스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본부 간부들이 삭발식을 열고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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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시멘트 분야의 운송 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인천 화물 노동계는 "정부가 유도한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조정재 사무국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이렇게 해도 죽고 저렇게 해도 죽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젠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화 의지 없어…찍어 누르겠다는 것"


조 사무국장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에 앞서 정부가 사실상 노동계와 대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28일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과 화물연대 노조의 면담이 있었지만 당시 어 차관의 태도는 '자기는 아무런 권한이 없고 쟁점 사항은 윗선에 보고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내일(30일)에도 면담이 예정돼 있지만 2차관보다 낮은 직급이 나올 예정이어서 실망이 큰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명령이 우리 헌법이나 실정법, 국제법상 위반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명령으로 인한 피해는 직접적으로는 화물 노동자가 맞겠지만 간접 유탄은 국민들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경찰은 노동자들의 저항에 대해 엄단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10·29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그들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입구에서 집회를 연 화물연대 김근영 인천지역본부장도 삭발을 하면서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투쟁을 멈출 수 없다"며 "정부는 지난 6월 파업 당시 논의하자고 약속한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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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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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멘트업계 운송 노동자 대상 업무개시명령 발동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일감과 화물차 번호판을 함께 관리하는 '지입' 시멘트 운수사들에는 당장 이날 오후 명령서가 전달된다. 번호판만 관리하고 일감은 다른 회사에서 받는 '용차'의 경우 운수종사자 개인에게 명령서를 전달한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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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첫 교섭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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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노동자 업무개시명령 발동…2004년 도입 이래 처음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됐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실제로 발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관련 규정을 근거로 발동된 일이 처음일 뿐, 앞서 2020년 8월 의료노조 파업으로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전임의 27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긴 전공의 10명을 고발한 전례는 있다.

화물연대는 이번 명령에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법적 대응이 진행되면 정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 초래를 인정할 상당한 이유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요건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천항의 화물출입량은 대폭 감소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4시부터 전날 오후 4시까지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하루 화물 반출입량은 3189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파업 이전인 지난달의 하루 평균 반출입량 1만3000TEU보다 75%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장치장의 포화 정도를 의미하는 장치율은 전날 오후 4시 기준 73.9%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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