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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란 국기 놓고 장외 설전…"美·이란 축구 또 다른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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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살인정권"…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조카도 돌아섰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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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승 자축' 이란, 반정부 시위대 등 700명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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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가제창 거부한 선수들에 '가족 위험' 협박…연기자 동원해 응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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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선수들 침묵으로 '시위 연대'…"승리 원치 않아" 여론 왜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월드컵 맞대결을 앞두고 장외에서 설전을 벌였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28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장에서 양측은 경기 외적인 이슈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미국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지지를 굽히지 않았으며, 이에 한 이란 기자는 미국 선수에게 '미국 흑인 인권'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과 이란은 29일 오후 10시(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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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26일 소셜미디어에 이란 국기 가운데 있는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한 카타르월드컵 B조 순위표(왼쪽)를 올렸다. 이란 측 반발이 심하자 27일 이 순위표를 삭제했다. 28일에는 원래 이란 국기를 넣은 3차전 경기 공지(오른쪽)를 올렸다. 사진 미국축구연맹 소셜미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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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싱턴포스트(WP)·BBC 등 외신은 28일 양국 축구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장이 정치적 문제로 시끄러웠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축구연맹이 소셜미디어(SNS)에 이슬람 공화국 문양이 제거된 이란 국기를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날 그렉 버홀터 미국 대표팀 감독은 "논란에 대해 선수와 코치진 등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단, "(이란 인권 문제에) 냉담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다"고 했다. 선수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타일러 아담스도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 국민과 이란 팀에 계속해서 지지와 공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미국축구연맹은 SNS에 B조 순위표를 올리면서 4개 팀(잉글랜드·이란·미국·웨일스) 중 이란 국기만 다르게 올렸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표시로 이란 국기 가운데에 있는 '이슬람 공화국' 문양을 제거한 것이다. 이에 발끈한 이란축구협회는 이튿날 국제축구연맹(FIFA)에 거세게 항의했으며, 이후 미국축구연맹은 공식적인 이란 국기를 다시 게시했다.

이란축구협회는 FIFA에 징계를 요청했다. 협회는 "미국을 월드컵에서 즉시 퇴출해야 한다. 10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란 정부는 "미국은 부도덕하고 국제 규정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에도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발언은 계속됐다. 한 이란 기자가 흑인인 아담스에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미국)를 대표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아담스의 '이란' 발음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월드컵에서 양국의 긴장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매우 낯선 기자회견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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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5일 카타르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웨일스전에서 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1차전 잉글랜드전에선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뜻으로 국가를 제창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조용히 따라불렀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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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은 지난 1979년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국교를 단절한 뒤 40년 넘게 적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양국의 관계는 최근 이란 내 '히잡 의문사' 관련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고 미국 등 서방에서 시위를 지지하자 이란 정부 측은 미국 등 외국 세력을 배후로 지목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지난 27일 "이란은 불화와 분열을 심으려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시도에 맞서 적대적인 음모를 좌절시킬 것"이라며 미국 등이 시위를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와중에 미국축구연맹이 이란 국기의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하는 등 장외 설전이 벌어지면서 미국-이란전 경기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란전은 양국 갈등에서 또 다른 최전선이 되었다"면서 "양국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면 선수들 행동, 관중석 시위 등 경기장 곳곳의 모든 움직임이 분석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기는 미국과 이란 대표팀에게도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다. 이란은 1승 1패(승점 3점)로 B조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은 2무(승점 2점)로 3위에 올라있다. 월드컵 조별리그는 1·2위만 16강에 오른다. B조 1위는 잉글랜드(1승 1무·승점 4점)다. 이란과 미국은 지금까지 두 차례 국가대표 맞대결을 벌여 이란이 1승 1무로 우위였다.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이란이 2-1로 이겼고, 2000년 친선경기는 1-1로 비겼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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