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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라이프칼럼]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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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모든 육아맘이라면 한 번쯤 봤을법한 오은영 박사가 패널로 나오는 여러 프로그램이다. 번번이 다양한 케이스가 등장하기에 ‘엇, 우리 아이 이야기와 같네!’라며 무릎을 치게 하는 순간이 자주 등장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본인의 아이가 하는 행동을 살피면서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각자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어느 정도 참고만 하는 것에 그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볼 때 아이의 행동보다는 부모의 행동 패턴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통해 처방을 받기를 원하는 부모의 경우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첫째는 ‘노력해서 상황을 보다 낫게 바꾸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과 ‘아이에의 과몰입 또는 아이의 감정을 배제함’이 어떠한 형태로든 육아의 과정에서 발현된다는 점이다.

엄마, 아빠라는 역할은 누구에게나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게 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유일한 ‘업(業)’이다. 그렇기에 육아의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실수를 할 수도, 어느 순간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내 아이는 나에게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이지만 나 자신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능상 나는 잘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하는 행동이 아이에게는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도, 내 몸과 마음이 조금 편하자고 무심코 하는 행동이 아이에게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이에 대한 과몰입 또는 아이의 감정을 배재한 형태의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몰입은 결국 나 자신의 성취와 아이의 성취를 동일시하는 데에서 비롯되며 아이의 감정을 배제하는 것은 내 감정을 먼저 생각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또한 과도한 사교육에의 몰입 혹은 남의 자식과의 비교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엄친아’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아이들은 각자 개성을 가진 존재이고 한 가지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으며 충분히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매우 흔히 듣는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천이 어렵다. 즉, 이러한 간단한 사실을 누구나 알면서도 ‘내 아이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가장 좋은 학원, 유행하는 학습지 등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때 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는 여지없이 부모가 하는 행동을 통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내 삶도 끊임없는 선택과 후회의 연속인데 누구의 삶을 결정짓고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모이기에 반드시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 지점을 마주한다. 그 누구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수많은 육아 코칭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바야흐로 방송을 통해서든,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서든 접근성에 어려움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가지다.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쓰러졌을 때 일어설 수 있는 유연성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절대로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가 어느 학원이 좋은지, 어떤 선생님이 좋은지 정보를 수집하기보다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면서 나의 삶의 자세에 대해 항상 반성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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