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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연 금리 5% 정기예금’ 갑자기 자취 감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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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금리 경쟁 자제해라' 금융당국 압박 탓?

주요 시중은행 예금상품 다시 '연 4%대' 대세

세계일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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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이어 이달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자제 요청을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출금리가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가운데 수신금리만 제한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전날 기준 1년 만기에 연 4.98%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먼저인 지난 13일 1년 만기에 연 5.18%의 금리를 제공, 연 5% 예금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14일 연 4.98%로 내려간 뒤 좀처럼 다시 5%대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시장금리(은행채 기준)를 토대로 정책금리를 반영해 매일 적용금리가 달라진다. 정책금리는 우리은행의 자금운용계획에 따라 매일 변경된다.

12개월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연 4.860%로 2주 전인 지난 11일의 연 5.013%와 비교하면 소폭 내려갔다.

이런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예금 금리도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의 대표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7%까지 떨어졌다.

이 상품은 매주 시장금리를 반영하는데, 지난 14일 처음으로 연 5%대에 올라섰지만 불과 2주도 안 돼 금리가 0.3%포인트(p)가량 하락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1%로 2주 전과 변동이 없지만 상품구조에 변동이 생겼다.

지난 14일에는 기본금리만으로 연 5.1%였지만 현재는 기본금리는 연 4.8%로 떨어진 대신 0.3%p의 특별우대 금리가 더해져 연 5.1%를 유지하고 있다.

이 특별우대 금리는 언제든 변경 또는 중단이 가능한 만큼 매일 확인이 필요하다고 NH농협은 설명했다.

사실상 연 5%대에서 4%대로 내려온 셈이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대표 정기예금 상품 중 연 5%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연 5.0%)이 유일하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제주은행 'J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지난 14일 기준 연 5.10%에서 27일에는 연 5.0%로 0.1%p 하락했다.

아직 BNK부산은행의 '더 특판 정기예금'(연 5.4%), SH수협은행의 'Sh플러스알파예금(2차)'(연 5.3%), 전북은행의 'JB123 정기예금'(연 5.3%),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연 5.3%), 광주은행의 '호랏차차디지털예금'(연 5.0%) 등은 연 5%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업점 수가 적거나 지역 위주의 은행인데다 이마저도 첫 거래 우대, 통장 개설, 마케팅 동의 등의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은행 중 아무런 조건 없이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은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셈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당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경쟁이나 금리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기는 게 맞는데 현재 이례적이고 특이한 상황이라 수신 쪽에 권고를 했다"면서 "금리보다는 자금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이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금리 인상은 정기예금 등 수신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에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수신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만 안정적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수신 경쟁 자제 권고에 대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요구가 거셌다"면서 "저축은행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은행에 비해) 예금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는데 현재 자금 경색 상황에서 쉽지 않다.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시켜 2금융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금리 대신 수신금리만 제약을 가하는 것에 대해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직접 지시할 수는 없다. 쉽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 "(대신) 금융감독원에서 적극적으로 지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정부 권고로 예금 금리만 뒷걸음질 칠 경우 금융소비자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본다는데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예금 금리를 억제하려면 예금하는 사람들, 연금소득자나 퇴직자들의 생활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지금 대출금리는 엄청 높은데 예금금리는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예금 금리를 억제하려면 대출 금리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지금 은행 예금금리가 정상적이지 않게 오르면서 단기 자금을 다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르면 다시 대출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대표는 "지금은 힘의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니까 지금은 금융감독원 개입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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