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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월드컵]'주장의 책임' 말하던 손흥민, 구자철에게 안겨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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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알 라얀(카타르), 월드컵 특별취재팀 이성필 기자]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취재진 앞에서는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지만, 선배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며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다.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에 조규성(전북 현대)의 멀티 헤더골에도 불구하고 2-3으로 패했다.

1무1패, 승점 1점으로 조 꼴찌로 주저 앉은 대표팀이 기적의 16강을 갈 수 있는 것은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 승리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의 목소리는 너무 작았다. '풀이 죽어 있었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승리를 원했지만, 패배는 분명 좋은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는 "아쉽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선수들 모두 많이 고생했다. 결과가 이렇게밖에 안 나와서 미안하다.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서 팀을 잘 이끌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특히 마음 아프다"라며 자책했다.

무엇보다 후배 조규성이 두 골이나 넣었지만, 이를 멋있게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는 "(조)규성이가 한 경기에서 좋은 결정력으로 두 골을 넣으면서 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이미 K리그에서의 활약으로 (조)규성이가 좋은 선수임을 알고 있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이를 증명해 뿌듯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차전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모국 포르투갈이다. 벤투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주심에게 다가가 추가시간을 주지 않고 경기를 끝낸 것에 대해 격분해 항의했고 퇴장 징계를 받아 벤치에 앉지 못한다.

손흥민은 "팀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선수들 모두 모두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부분을 더 잘 이행하기 위해 잘 준비하고 새겨들어야 한다. 포르투갈전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더 잘해야 한다는 손흥민은 "동료들이 그동안 정말 잘해주고 있어서 더 많은 것을 바랄 수 없다.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주장으로서 고마울 것 같다. 마지막 경기가 남았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부터 잘 준비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여전히 눈 주위에 수술 자국이 남은 손흥민은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었다. 드리블로 가나 선수들을 현혹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마음의 부담을 안고 뛴 뒤에 취재진 앞에서는 감정의 요동을 최대한 자제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믹스트존 끝에 기다리고 있던 선배 앞에서는 감정이 무너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함께 누볐고 알제리전에서 같이 골을 넣은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이었다. 구 위원을 본 손흥민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구자철은 "괜찮아. 충분히 잘했어"라며 등을 두들겨주며 위로했다. 알제리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2-4로 무너졌던 기억을 공유한 사이라 가나에 정말 좋은 경기를 해놓고 패한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근처의 대표팀 관계자도 그저 둘의 위로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주장 완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대표팀을 이끄는 손흥민의 부담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도 결국은 서른 살의 청년임을 알려주는 마음 아픈 위로였다. 한동안 구자철에게 떨어지지 못하던 손흥민은 마음이 진정된 뒤에야 선수단 버스로 향했다. 그를 바라보는 구 위원의 마음도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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