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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촛불과 2022년 촛불, 그래도 용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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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the300][우보세]

# 20년 전 그때도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전만 남겨놓고 있었다. 2002년 6월 13일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두 여중생은 주한미군의 궤도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4강 신화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이 이 사건은 5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조명받는다. 재판에서 장갑차를 몰았던 미군들에게 무죄판결이 나왔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그해 11월 26일 거리에 촛불이 모였다. 이게 우리나라 대규모 촛불집회의 시작이다. 거리 응원을 펼쳤던 시민들은 광장 문화의 일대 전환을 이뤘다.

꼭 20년이 지났다. 지금 촛불은 '윤석열 퇴진'을 전면에 내걸었다. 최근 계기는 이태원 참사다. '퇴진이 추모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민이 투표로 세운 지 6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꽃다운'이란 수식조차 가슴이 아려오는 어린 생명들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촛불에 담겼던 비폭력과 성숙, 순수와 간절함은 없다. '정치적 이용'이란 말조차 무색케 하는 선동마저 눈에 띈다.

거리의 촛불은 익숙해졌지만 진화하지 못했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 2008년 광우병 촛불, 2016년 국정농단 촛불, 2019년 조국사태 찬반 촛불 등 진영과 세대를 넘어 일상화됐지만 점차 또 다른 여론몰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의겸과 장경태 중 누가 더?" 정기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야당 덕분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참사 정국에 편승해 대통령 부부에게 총공세를 펴는 건 야당의 속성이라지만 상식을 넘어섰다.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묻기 전 최소한의 팩트체크를 거쳐야 했다.

국가원수 배우자의 순방 외교 일정을 놓고 '빈곤 포르노' 운운하며 난데없는 조명 논란을 일으킨 장경태 의원도 야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니면 말고 식일 뿐 사과도 성찰도 없다.

# 광장과 야당의 공격이 아무리 거칠어도 국정 최고 사령탑인 대통령실만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기반한 정면돌파'를 보여주고 있다. 평가할 만 하다. 외교 안보와 경제현안 등에서는 위기일수록 정공법이 절실할 수 있다.

그러나 소통의 영역에서는 다르다. 광우병 사태는 과학이 아닌 소통의 문제에서 촉발됐다. 세월호 때도 국민은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주목했다. '명박 산성'이 시사하듯 정권 초에 불통으로 낙인찍히면 아무리 올바른 메시지를 내도 수용이 안 된다.

최근 일련의 대통령실 소통 논란에 합리적 관료와 참모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적잖다.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설사 정당하다고 해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번쾌(樊?)와 장량(張良)의 진언까지는 아니어도 대통령의 심기 경호 목소리만 힘을 얻어서는 결코 안 된다. 속 시원한 조치가 꼭 정답은 아니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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