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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만물상] 다른 행성 같은 中 코로나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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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방역요원을 다바이(大白)라 부른다. 상하의 일체형의 흰색 방호복을 입기 때문인데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봉쇄 정책에 대한 거부감과 조롱을 담은 신조어다. 얼마 전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중계 화면과 함께 “카타르의 코로나 상황이 비관적인가 봐요. 관중석이 온통 ‘다바이’네요”란 글을 적었다. 화면에 잡힌 관중석엔 방역요원이 아니라 중동 전통 복장인 흰색 토브 차림의 남성들이 앉아 있었다.

조선일보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이 노마스크 월드컵을 지켜보며 느낀 박탈감을 각종 풍자 게시물에 담아내고 있다. 관중 수만명이 노마스크로 목청껏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스크 쓰세요” “PCR검사 하세요”라는 중국어 안내 음성을 내보내는 식이다. “월드컵 관중과 중국인이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느냐”는 자조 섞인 글도 올라온다.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에 대해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이라고 한다. 높은 인구밀도와 열악한 의료 체계를 감안할 때 서방식의 ‘위드 코로나’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경제에 독(毒)이다. 인구 2500만명의 상하이를 65일간 봉쇄하자 1분기 4.8%였던 경제 성장률이 2분기 0.4%로 주저앉았다. 올해 목표치인 5.5%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 짓는 당대회만 끝나면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빗나가는 것 같다. 상하이 봉쇄 총책인 리창 당서기가 서열 2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영전했다. 당 대회 직후 방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발표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24일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죽고 9명이 다쳤다. 봉쇄 조치 때문에 대응이 지연되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전국 도처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백색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특정 주장을 담았다간 잡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바이’로 상징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았다고도 한다. 베이징대 학생들도 가세하고 있다. 베이징대 학생들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이다. 이번 시위 역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국민들은 공산당식 국가주의,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무모하고 출구 없는 코로나 봉쇄가 계속되면 ‘백색 혁명’의 작은 불씨는 조금씩 커질 것이다.

[이용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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