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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업무개시명령, 시멘트 운송차부터 발동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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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화물연대 간 첫 협상이 극명한 입장 차로 결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 안건을 심의한다. 윤 대통령의 ‘1호 명령’은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량인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에 대한 업무개시가 유력하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인해 시멘트·레미콘·건설 현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파업이 길어지면서 수도권 일부 주유소의 재고가 바닥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 대표단과 교섭을 시작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2시간도 채 못 돼 결렬됐다. 화물연대는 지난 24일부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영구 시행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 운송 거부(파업)에 들어갔다. 반면에 정부는 안전운임 일몰 3년 연장 외에 다른 요구 사항은 들어줄 수 없다며 맞섰다.

화물연대 측은 이날 협상 결렬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민주적인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화물연대 요구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국토부가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시멘트업계 피해만 나흘간 464억…인천항 컨테이너 반출입 94% 급감



중앙일보

화물연대 대표단이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총파업 이후 열린 정부와의 첫 교섭이 결렬 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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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 심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파업 등이 국가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때 국가가 강제로 내리는 명령이다.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도입한 뒤 화물연대 파업에는 단 한 차례도 쓰인 적이 없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처음 발동하는 것이니만큼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벌크시멘트 트레일러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못해 ‘셧다운’ 되는 건설현장이 전국 508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후 시급성을 따져가며 주유소 기름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컨테이너 등으로 그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8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며 “노동문제는 노(勞) 측의 불법행위든 사(社) 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파업이 5일째에 접어들면서 주요 항만 물동량이 평소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산업 현장 곳곳에선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부산항 컨테이너 반입·반출량은 6515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지난달 같은 시간대(2만5572TEU)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25.4%)이다.

인천항도 상황이 비슷하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10시부터 28일 오전 10시까지 인천항 컨테이너 반입·반출량은 775TEU에 그쳤다. 지난달 인천항의 하루 평균 컨테이너 물동량 1만3000TEU와 비교하면 5.9% 수준에 불과하다.

28일 오후 국내 한 정유사의 수도권 주유소 3곳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영업을 멈췄다. 휘발유와 경유 재고가 바닥나면서다. 본사에서 긴급 물량을 배차해 간신히 영업을 재개했지만 뒤이어 전국 곳곳에서 “기름 재고가 없다”는 연락이 올라왔다. 해당 정유사 관계자는 “오늘은 겨우 막았지만 2~3일이 지나면 긴급 배차를 해도 제때 공급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르면 내일부터 문 닫는 주유소가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 목소리다.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지난 4일간 발생한 누적 피해가 464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에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 대비 90% 감소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기헌·현일훈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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