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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골 먹자 아~ 골 넣자 와~ 탄식과 환호 교차한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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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순간까지 이어진 맞고 때리는 혈투에 광장에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대한민국 대 가나의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 경기가 열린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응원 나온 2500여 명(경찰 추산)의 시민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대표팀을 응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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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10시 경기가 시작되자 광장을 채운 시민들은 세찬 비에도 아랑곳 않고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응원 열기를 달궜다. 전반 초반 대표팀이 가나를 밀어붙이자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대형 스크린에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이 비칠 때마다 객석에서는 함성과 휘파람 소리가 나왔다. 전반 10분 손흥민이 가나 선수의 반칙으로 넘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왜 미냐” “안 돼” 하는 탄식이 나왔다. 두 손을 마주 잡고 대한민국의 득점을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전반 24분, 가나가 프리킥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자 응원석에는 순간 침묵이 흘렀다. 약 10분 뒤 두 번째 실점에 일부 응원객은 자리를 떴다. 용인에서 광화문을 찾은 오재빈(28)씨는 “뒤집을 수가 없을 것 같다”며 “경기력의 차이가 컸다. 가나의 신체조건이 좋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광장 바닥에 대(大)자로 드러누운 채 좌절한 듯한 남성도 있었다. 객석에선 “망했네” 등 한숨 섞인 탄식이 들려왔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스크린만 바라보는 여성들도 있었다.

분위기 반전은 골과 함께 찾아왔다. 후반 12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받은 조규성의 첫 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옆사람을 얼싸안으며 방방 뛰는 등 기뻐했다. 객석에선 “강인아!”라는 환호성이 터졌다. 3분 뒤 조규성의 두 번째 헤딩 골이 골네트를 흔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골목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안전요원들도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후반 23분 추가 실점으로 ‘3-2’로 뒤처진 상황에서도 응원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김모(41)씨는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이길 것”이라며 “새로 교체해서 들어온 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라며 잔뜩 고무된 모습이었다.

응원 열기는 경기 한참 전부터 달아올랐다. 서울에는 일찍부터 최대 80㎜ 강수량의 비바람이 예보됐지만, 시민들은 우비와 붉은 옷을 함께 갖춰 입은 채 궂은 날씨를 뚫고 초저녁부터 광화문광장에 몰렸다. 수능을 끝내고 친구 3명과 함께 광장을 찾았다는 이지민(18·경기도 안양)씨는 “‘흠뻑쇼’ 하겠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좋아’하면서 왔다”며 “축구를 많이 좋아해 오후 3시부터 길을 나섰다”고 말했다. 양은총(31·제주)씨는 “서울 구경도 하고 응원도 하려고 휴가 내서 왔다”며 “내일 아침 7시 반 비행기로 내려가 출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부터 응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경찰도 지난 24일 우루과이전 때보다 기동대 4개 부대(230여 명)를 추가로 배치했다. 경찰은 이날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12개 부대(700여 명), 경찰특공대 20여 명 등을 투입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소방공무원 54명과 소방차 9대를 광화문광장 일대에 배치했고, 서울시도 276명을 투입해 안전 관리에 나서는 한편 응원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 2·3·5호선의 운행을 29일 오전 1시까지로 늘렸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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