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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되지 못한 역전극...그래도 광장의 응원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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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를 응원하다 패색이 짙어지자 아쉬워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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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가나전이 펼쳐진 28일 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수천명의 시민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한목소리로 한국팀을 응원했다. 후반전 조규성 선수가 연속골로 2대2 동점을 만든 뒤 광화문광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러나 가나의 역점골로 2대3으로 패하자 시민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광장을 떠났다.

전반 초반 한국팀이 연거푸 코너킥을 얻는 등 경기를 주도하자 시민들의 함성 소리가 커졌다. 한국 선수들이 상대쪽 골대로 올라갈 때는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고, 상대 패스를 차단할 때는 호루라기 소리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반 24분 가나의 첫골이 터지자 광화문광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골을 넣기 전 가나 선수의 손에 공이 맞는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확인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봐봐! 아니야” 하는 외침이 나왔다. 하지만 주심이 가나의 득점을 인정하자 다시 양손을 꼭 모으고 스크린을 지켜봤다. 이후 추가골을 허용하자 광장에는 다시 적막감이 감돌았다.

광장의 열기는 역전극이 펼쳐진 후반전부터 본격적으로 뜨거워졌다. 후반 11분 이강인 선수가 교체 투입되자 관중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에 찬 환호가 나왔다. 곧바로 후반 12분 이강인 선수의 크로스를 받아 조규성 선수가 헤딩으로 만회골을 터뜨리자 광장의 시민들은 방방 뛰며 “와아~” 하고 환호성을 외쳤다. 이윽고 후반 15분, 3분만에 조규성 선수가 다시 골을 터트리자 시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가자”라고 소리쳤다. 시민들은 득점 순간이 스크린에 리플레이 될 때마다 연신 소리를 질렀다. 때마침 다시 빗방울이 거세졌지만 개의치 않고 스크린 앞에 모여 응원봉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후 추가시간 10분을 포함해 나머지 경기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많았다. 후반 22분 가나의 세번째 골이 나오자 안타까움 섞인 탄식과 함께 응원 열기가 잠시 식었다. 이어 후반 29분 이강인의 프리킥이 막히자 “으아, 어떡해!”라는 탄식이 나왔다. 한 시민은 후반 38분 김진수 선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자 “아휴”라고 한숨을 쉬었다. 후반 48분 조규성의 추가 슈팅이 실패로 이어지자 머리를 쥐어싸매는 사람도 있었다. 주심이 가나의 침대축구에도 10분의 추가시간 외에 딱 1분만 시간을 더 주고 경기를 끝내자 분노에 찬 함성이 곳곳에서 들렸다.

아쉬움 가득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을 향한 격려의 응원은 계속됐다. 후반 5분 김진수 선수가 입술이 터졌지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는 모습이 클로즈업 되자 시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추가시간 김민재 선수가 교체될 땐 우렁찬 격려의 목소리가 퍼졌다.

이날 다섯 개로 나뉜 광화문광장 응원구역 중 3개 구역은 우의를 입은 시민들로 꽉 찼다. 비가 와 머리가 젖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시작전까지 응원무대에 맞춰 방방 뛰던 시민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집중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며 경기에 몰두했다.

주변이 어두워지자 시민들의 빨강색 응원복장이 눈에 띄었다. 빨강 우의를 두르거나 긴소매 위에 빨간 태극전사 유니폼을 입은 시민, 반짝이는 빨강 머리띠를 한 시민들이 보였다. 반짝이는 빨간 불빛이 많아질수록 함성도 커졌다. 태극기를 등에 두르거나 양손으로 들고 응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응원을 위해 휴가를 내고 광장을 찾은 윤지효씨(31)는 “완전 기대된다. 한국이 이길 것”이라며 “응원복을 입고 왔는데 우비를 입어야 해서 아쉽다”고 했다. 윤씨는 우비 안에 김영권 선수의 등번호인 19번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한국팀이 조예선 1차전인 지난 24일 우루과이전에서 무승부로 선전한 것이 가나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한철훈군(18)은 “우루과이전은 집에서 봤는데, 한국이 너무 잘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인당 10만원씩 내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친구들과 응원을 나온 대학생 권민성씨(19)는 “비가 오지만 경기를 끝까지 보고 갈 것”이라며 “너무 설레고, 1차전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 입시를 마치고 자유를 만끽하러 온 고등학생들도 다수 보였다. 같은 학교 친구 4명과 광장을 찾은 동성고등학교 3학년 고기민군(18)은 “수능도 끝났고, 월드컵이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 친구들과 즐기러 왔다. 아버지가 2002 한일월드컵 때 입으셨던 유니품도 물려 입었다”고 했다. 인근 배화여고에 재학 중인 노혜림양(18)은 “손흥민 선수와 토트넘의 팬이다. 지난 우루과이전에는 대학 면접 일정이 나와 있어 직접 못왔는데, 오늘은 꼭 오고 싶었다”고 했다.

거리응원을 주최한 붉은악마 측은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행사 진행자는 “관람석 내 우산 사용은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우의 착용을 권장한다”고 안내했다. 응원구역을 둘러싼 펜스 앞에 경광등을 들고 10보 간격으로 늘어선 안내요원들은 “보행길이기 때문에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해달라”고 했다. 무대 앞 응원구역의 여유공간을 확보한 뒤에는 “만원이라 이제 못 들어가신다. 뒤쪽 다른 구역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 약 3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측한 경찰은 경찰관 150명, 기동대 12개 부대 등 총 87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광화문광장 일대의 버스정류소도 오후 7시부터 무정차 운행하고, 임시정류소로 대체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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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붉은 악마 응원단이 주심이 한국의 코너킥 기회를 무시하고 경기를 끝내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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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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