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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5명 사망' 헬기사고 원인 규명 본격화…기체결함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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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헬기 추락 사고 발생 이틀째인 28일 오전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경찰, 소방이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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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강원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임차 헬기의 추락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중심으로 28일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사고 헬기가 1975년 2월 제작된 '노후 헬기'라는 지적이 나오자 헬기를 지자체에 임대한 민간 항공업체 트랜스헬리 측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체 측은 미신고 인원이 탑승한 이유에는 "승무원의 오류로 추측한다"며 비행 계획을 신고한 기장에게 책임을 지웠다.

이런 가운데 사고 헬기가 거의 정지 상태로 멈춰서 제자리에서 2∼3바퀴를 빙글빙글 돌고는 그대로 추락하는 모습이 인근 산불감시용 폐쇄회로(CC)TV에 담겨 '꼬리 회전날개'의 고장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사조위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경찰, 소방,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기체 주변에 차단선을 설치하고 항공기 잔해 분포도를 작성했으며, 파편들에 순번을 매기고 파편 간 거리를 측정했다.

기체와 20∼30m 떨어진 거리의 날개 등 헬기 잔해 위치와 모습을 꼼꼼히 기록했다.

사조위는 당장 기체를 수거하지 않고 3∼5일간 양양에 머무르며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사조위가 헬기 잔해물 조사에 집중하는 동안 사망자의 유류품 등 유의미한 물품 확보에 주력했다.

이들 기관은 비공개로 사고 현장을 정밀 감식하기도 했다.

사조위와 경찰은 양양군보건소에서 사고 유족들을 상대로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현재까지 파악된 사고 추정 경위와 수사·조사 진행 상황도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나온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일부 유족은 조사위 관계자에게 평소 전해 들은 상황을 설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항공기 사고의 경우 조사할 분야가 많다"며 "이번 주까지는 현장 조사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헬리와 유가족은 보상을 두고 협의 중이다.

유족 대부분은 시신의 신원이 정확히 확인되는 대로 시신을 고향으로 이송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사조위는 음주 또는 약물 복용 여부 확인을 위해 부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북 임실에 본사를 둔 헬기 업체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고 헬기는 1975년 2월 제작됐더라도 감항검사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여전히 부품 조달도 가능한 기종"이라고 말했다.

사용 연한에 따라 부속품을 제때 교체해온 헬기여서 운항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항공기는 1년에 1차례 기체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를 확인하는 감항 검사를 거쳐야 운항할 수 있는데, 단지 기체 제작연도가 오래됐다고 해서 노후 헬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항공기에 대한 무지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감항 증명뿐 아니라 보험도 가입돼 있다"고 강조하며 기체에 결함이 없고 기상이 나쁜 상황도 아니었던 점을 들어 "(사고 원인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업체 측 주장과 달리 사고 헬기가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CCTV에는 기체 결함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담겨 있어 원인 규명에 중요한 증거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에서 헬기는 그리 높지 않은 상공을 비행하던 중 더는 진행하지 못하고 멈춰서다시피 하더니 제자리에서 2∼3바퀴를 빙글빙글 돌고는 그대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상 속 장면을 토대로 테일 로터(꼬리 회전날개)가 고장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헬기가 제자리에서 돌았다고 하는 건 테일 로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테일 로터가 손상되거나 연결된 동력전달축이 손상되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기장 A(71)씨의 유가족은 "올해 1월 헬기가 바뀌고 나서 지난 10월 12일에 A씨로부터 '이륙을 했는데 뭔가 계기판에서 어떤 수치가 빙글빙글 돌아가서 급하게 내려왔고, 손을 보고 테스트 비행을 해서 제대로 (수리가) 됐는지 한번 봐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기체에 이상징후가 있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5명 중 여성 2명의 신원은 지문 감식을 통해 드러났다.

이들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A(56)씨와 B(53)씨로 확인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탑승한 정비사 C(54)씨의 승용차에 남은 지문 채취를 통해 신원을 특정했다.

항공사 직원들과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와 계류장 CCTV를 통해 파악한 내용도 두 사람이 헬기 관계자의 지인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륙 후 탑승자가 바뀌었을 만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DNA(유전자 정보) 긴급 감정 결과까지 지켜보고서 탑승자 간 상호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임차 헬기에 미신고 인원이 탑승한 이유에 대해 이종섭 트랜스헬리 대표는 2명은 승무원 중 1명의 지인"이라며 "비공식적으로 태우려다 보니 (신고를 누락하는) 오류를 범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비행 계획서에 신고한 인원과 실제 탑승 인원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기장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비행 기록 장치인 FDR(통칭 블랙박스)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원이 아닌 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항공기 사용 사업 업체가 반드시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고 헬기는 지난 27일 오전 10시 50분께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추락했다.

사고 직후 동체에서 발생한 화재는 1시간 15분 만에 꺼졌고 기장 A씨 등 2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잿더미 속에서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한 헬기는 속초·고성·양양이 공동으로 임차해 운용 중이며, 사고 당일 공중에서 산불 취약지 예방 활동을 벌이는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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