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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태원 참사 한달… 답이 없는 정부,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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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촛불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지하철 시청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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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윤배 | 조선대 명예교수

대통령 임기 6개월이 겨우 지났을 뿐인데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서민 경제는 엉망진창이며 국격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힘이 국민을 향해 부르짖었던 ‘공정과 상식’ 역시 온데간데없고 정쟁과 비방만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국가는 왜 존재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 즉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158명의 무고한 젊은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어린 학생 등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다. 압사 사고를 미리 감지한 시민들 신고가 빗발쳤지만 철저히 무시된 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무려 1조5천억원의 세금으로 구축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마저 무용지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또는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 ‘부상자’라는 표현을 쓰도록 했다. 그리고 애도기간 공무원들은 ‘근조’ 표시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도록 했다. 공적 문서에서 객관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관행을 따랐다고 해명했지만, 정부 책임론을 축소 은폐하려는 꼼수로 보여 공분을 샀다.

윤 대통령의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보면 ‘답이 없는 정부’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군색한 명분으로 멀쩡한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를 버리고 수천억원 국민 혈세를 낭비하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했다. 윤핵관들의 꼴사나운 권력 투쟁과 함께 논공행상에 따라 권력을 나누고 지난 정부 흠집내기와 정쟁으로 하세월했다.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부적절한 비속어 사용으로 세계적 웃음거리가 돼 국격을 크게 훼손시켰다.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제멋대로 미사일을 쏘아 대고 있으나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비전도 없다. 미사일을 쏠 때마다 의례적인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실효성 없는 대책과 공허한 엄포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임기를 다 채우고 무사히 퇴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정권을 쥐여 준 까닭은 지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더 살기좋은 국가,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소박한 기대와 소망에서였다. 그러나 기대와 소망은 좌절과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오죽했으면 중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여기저기서 고작 임기 6개월을 넘긴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난리일까. 그런데도 윤 대통령과 여당은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린 채 여전히 무사안일 속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도, 책임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심을 외면한 나 홀로 폭주하는 정권은 결국 무너지고 만 사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수 없이 목격해 왔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 힘은 더 늦기 전에 집권 초심으로 돌아가 환골탈태해야 한다.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이태원 참사 책임자를 엄벌하고 인적쇄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국민은 다시는 불행한 대통령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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