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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현대차·기아, 재고자산 증가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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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 급증했지만 소진 속도 빨라져
원자재값 인상, 고급차종 판매증가 때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올 3분기 재고자산이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의 재고자산은 14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파악됐다. 기아 역시 올 2분기 재고자산이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선 뒤 유지 중이다.

최근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급증하게 되면서 경영 환경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다면 현대차와 기아도 자동차 판매가 부진하다고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재고자산 증가보다 재고 소진 속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서다. 현대차와 기아의 재고 소진 속도는 전년동기대비 더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재고자산 급증=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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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14조74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0.5% 급증했다. 전분기와 비교했을 땐 7.9% 증가했다. 현대차의 재고자산이 14조원이 넘어선 건 한국채택국제회기준(K-IFRS)이 채택(2011년)된 이후 처음이다.

기아의 재고자산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재고자산은 8조168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5% 증가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했을 땐 1.2% 감소했다. 기아의 재고자산이 8조원을 넘어선 건 지난 2분기가 처음이었다.

재고자산이란 기업이 판매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말한다. 향후 판매 가능 자산이라면 원재료, 제품과 상품 등이 모두 재고자산에 속한다. 재고자산이 판매되면 매출원가로 인식된다. 기업 입장에선 재고자산은 향후 수익이 될 수 있는 원천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재고자산 증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재고가 쌓이고 있다'가 '판매가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실제로 판매부진은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재고자산 증가를 두고 기업들의 실적 둔화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단순히 재고자산 증가만을 두고 판매가 부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 회계사는 "재고자산이 많거나 혹은 증가했다고 해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적신호라고 보긴 어렵다"며 "이 논리는 삼성전자의 재고자산과 집 앞 슈퍼마켓의 재고자산을 단순 비교하고 (재고자산이 더 많은)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재고소진속도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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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판매 부진을 분석하기 위해선 재고자산의 증가율과 함께 재고 소진 속도를 주의 깊게 봐야한다. 재고를 창고에 쌓아둔 시점부터 판매로 이어지는 시차가 중요하단 얘기다.

이는 재고자산회전율을 통해 산출할 수 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기업이 재고자산을 얼마나 빨리 판매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매출원가를 평균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그 값이 높을수록 매출로 인식되는 속도가 빠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올 3분기 재고자산회전율이 전년동기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재고자산회전율은 8.4회로 전년동기대비 0.1회 증가했다. 이 기간 기아의 재고자산회전율은 8.8회로 전년동기대비 0.3회 증가했다. 두 기업 모두 작년 대비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재고가 소진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얘기다.

재고자산회전율을 통해 실제 매출로 인식되는 시차도 산출할 수 있다. 이를 회전기간이라하는데 1년(365일)을 재고자산회전율로 나눈 값이다. 올 3분기 현대차의 재고자산이 매출로 인식되는데 평균 43일, 기아는 41일이 소요되고 있었다. 현대차는 그 속도가 전년동기대비 동일했지만 기아는 전년동기대비 2일 단축됐다.

재고자산 증가원인 "원자재 인상, 고급차 판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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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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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대차와 기아의 재고자산이 전년동기대비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의 재고자산이 증가한 것은 원자재 가격 인상, 고급차 판매 비중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고자산은 크게 제품, 반제품, 원재료, 저장품 등으로 나뉜다. 그중 제품(자동차)과 원재료가 재고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전년동기대비 원재료 가격이 크게 인상됐단 설명이다.

현대차의 지난 3분기 원재료 재고자산은 1조20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 64.8% 증가했다. 기아 역시 이 기간 원재료 재고자산은 7326억원으로 64.8%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현대차, 기아의 재고자산에 포함된 원재료 가격도 올랐다"며 "여기에 선제적인 차원에서 원재료를 넉넉하게 확보해나가면서 재고자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의 차량 판매가 증가한 것도 재고자산이 증가한 요인 중 하나다. 현대차의 제품 재고자산은 7조58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9% 증가했다. 이 기간 기아의 제품 재고자산은 5조45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품 재고가 증가한 것은 예전에 비해 제네시스, 전기차 등 고급 차종 생산이 증가한 영향"며 "ASP(평균판매단가)가 높아지면서 재고자산이 예전에 비해서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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