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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혼내킬 '유가 상한선' 막판 진통…EU, '65달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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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8월 22일 러시아 나홋카만의 원유터미널에서 원유를 선적 중인 러시아 유조선. EU가 내달 5일 시행하기로 한 '러시아 유가 상한제'를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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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내달 5일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막판 이견을 조율 중이지만, 핵심인 '상한선'을 놓고 회원국 간 입장차는 여전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배럴당 65~70 달러 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폴란드 등 대러 제재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국가들은 가격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산 우랄유의 가격이 배럴당 65 달러 선에 형성돼 있어, EU 집행위가 제시한 가격은 '이빨 빠진 제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주 EU 회원국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에 대해 합의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폴란드·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은 EU 집행위가 추진하는 상한선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요구하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FT와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 EU 외교관은 FT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분명하고도 단결된 신호를 보내야 할 때"라며 EU 제시안에 반발하는 폴란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외교관은 "(가격 상한제는) 12월 5일 이전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러 매파 국가는 '65 달러 가격 상한'은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폴란드 고위관리는 '65 달러'는 러시아의 생산 원가를 고려할 때 "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앞서 26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격 상한선이 배럴당 30~40 달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84 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러시아 우랄유는 유럽 바이어들이 외면하면서 65 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또 상당수 석유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유지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향후 국제 유가의 하방 요인이 많다고 관측했다.

반면 그리스·몰타·키프로스 등 해상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유가 상한선이 너무 낮은 가격에 책정되면, 러시아산 원유 수급이 줄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도 같은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급감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상한선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여 국제 유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보상받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러시아는 유가 상한선에 동의한 어떤 국가에도 원유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앞서 25일 CNN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서도 세계 경제에 부담을 덜 주려는 EU의 유가 상한제 시도가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마켓 상품전략 담당은 "이 가격대(65 달러)는 러시아의 수익 감소를 위한 게 아니라 (서방의)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주요 7개국(G7)은 내달 5일 가격 상한제 시행과 함께 러시아 원유의 해상 운송에 필수적인 보험과 기타 서비스까지 제한할 예정이다.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 제재로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석유 전략가인 줄리안 리는 이날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러시아 우랄유는 중국·인도·튀르키예 등 주로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며, 지난주에 선적된 원유 가격은 배럴당 약 52 달러였다고 했다.

낮은 가격으로 인해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몇 달씩 이어진 '배럴당 100 달러 이상' 시절보다 마진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인도·튀르키예 등의 구매로 인해 수출량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원유 수입을 제한하려는 서방의 노력은 부분적인 효과가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리는 덧붙였다.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는 EU 27개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28일 협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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