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여성 행원에 밥 짓기’ 시켜 혼쭐난 새마을금고, 신고자에 보복?[플랫]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병명에 따라 어떤 증상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증상을 확인한 검사 방법은 무엇인지, 같은 진단을 받은 다른 환자에 비해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하라”….

경향신문

동남원새마을금고의 여직원 밥짓기·빨래 등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폭로한 A씨(20대)가 지난달 3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 중 ‘직장갑질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을 써서 들고 있다. 조해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갓 입사한 여성 직원에게 밥 짓기와 빨래를 강요하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저질러 큰 논란이 된 동남원새마을금고가,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의 직장 복귀 과정에서 ‘보복성’으로 의심되는 조치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적 고통을 떨치지 못한 피해자는 복귀를 앞두고 병가를 신청했는데, 금고는 ‘괘씸죄’를 적용하듯 매우 이례적이고 과도한 증명을 여러 차례 요구하며 병가를 반려하고 있다. 동남원금고의 이 같은 조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 2·3)이 금지하는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가져왔는데···“이거론 안돼” 여러 차례 반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동남원금고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A씨(20대)가 어지러움과 현기증 등 정신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지난달 말 신청한 병가를 ‘더 구체적인 근거를 가져오라’며 여러 차례 반려했다. A씨가 금고의 요청에 따라 진단서를 가져오고 의사의 소견까지 받아왔지만 금고는 그때마다 매번 지나치게 자세한 소명을 새로 요구했다. 금고가 3일의 병가만 승인해줘 A씨는 개인 연차를 쓰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경향신문

동남원새마을금고의 갑질·괴롭힘을 신고한 A씨(20대)가 직장 복귀를 앞두고도 정신적 후유증이 계속돼 병가를 신청하자 금고 담당자가 보낸 메시지. A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지난 8월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여직원 밥 짓기·빨래 갑질’을 신고하고 폭로한 당사자다. 2020년 8월 입사한 A씨는 ‘밥 짓기’와 남자 화장실 수건 빨래를 강요받았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폭언과 따돌림이 이어졌다. 금고는 방역조치를 위반한 회식에 참석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A씨는 내부 창구로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금고는 신고를 덮으려 했고, 결국 A씨는 고용노동부에 괴롭힘을 신고했다. A씨가 갑질·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남원금고와 새마을금고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용노동부가 동남원금고를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A씨가 당한 괴롭힘과 악·폐습이 사실로 드러났고, 관련자 3명이 면직 징계를 받았다.

[플랫]첫 출근한 여성 행원에 ‘점심 밥짓기’ 인수인계 시킨 새마을금고

A씨는 괴롭힘을 당하던 지난 3월부터 신고 이후 최근까지도 어지러움과 현기증 등 정신적 후유증으로 계속 병원 진료를 받아 왔다. 직장을 쉬던 A씨는 직장 복귀를 앞두고 증상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지자 지난달 말 15일간의 병가를 동남원금고에 신청했다. 금고는 복무규정에 근거해 7일 이상의 병가를 내려면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A씨가 지난 8일 진단서를 받아왔지만 동남원금고는 “현재 진단서로는 상태를 알 수 없다”며 “업무의 가능 여부와 어느 정도의 치료가 필요한지 의사의 소견을 첨부하라”고 했다. 이에 A씨는 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에게 다시 소견을 받아 지난 11일 금고에 제출했다. 의사는 “일상생활과 근로에 어려움이 있어 약 3주의 치료를 요한다”고 소견을 내줬다.

A씨가 지시대로 의사 소견을 받아왔는데도 동남원금고는 새로운 내용을 요구하며 병가 승인을 거부했다. 금고는 “병명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있는지” “증상이 어느 정도이며, 같은 진단을 받은 다른 환자의 수준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한 소견을 받아오라고 했다. “검사 방법이 무엇이고 결과가 어땠는지”와 “어떤 치료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등 진료와 관련된 과도한 정보도 요구했다. 이미 의사가 한 차례 소견으로 말했는데도 “증상 수준이 금융사무원으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인지”를 다시 묻기도 했다.

‘하루 병가’에도 꼬치꼬치···“신고 때문 아니니까 오해 말길”


동남원금고는 하루짜리 병가에도 같은 수준의 설명을 요구했다. A씨가 지난 22일 병원 진료를 사유로 하루 병가를 신청하자 금고는 “건강검진 결과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받고 있는 검사는 어떤 내용인지, 업무수행의 어떤 점이 불가능한지”가 기재된 진단서를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A씨는 “과거 6일 이하의 병가를 신청할 때에는 통원(진료)확인서 제출만으로 인정됐고 의사 소견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금고에 ‘진단서를 제출할 때마다 점점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이유’를 질문했다. 동남원금고는 “규정상 그럴 수 있다”며 “필요해서 요청한 것이니, 괴롭힘 신고 때문에 병가를 까다롭게 허가하려고 불필요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A씨가 이런 요구에 전례가 있는지 묻자 금고는 ‘이사장이 바뀌어 예전 사례는 중요치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경향신문

동남원새마을금고 갑질·괴롭힘 사건’을 폭로한 피해자 A씨(20대)가 지난달 3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처음 직장갑질119에 보냈던 제보 메일을 보여주고 있다. “악몽을 자주 꾼다” “차라리 쓰러져 정신을 잃고 싶다” 등 내용이 적혀 있다. 조해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금고의 이 같은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라며 국민신문고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2·3)은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최대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매우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유일하게 형사처벌이 가능한 조항이다. A씨의 괴롭힘 신고와 공론화를 도운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A씨가 신고를 안 했다면 병가를 줬을 것이다. 불리한 처우가 명백해 보인다”며 “국민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인데, 무리한 병가도 아니고 진단서를 꼬박꼬박 받아왔는데도 전혀 공감도 개선도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

전북 남원시 동남원새마을금고에서 일하는 A씨(20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괴로워하면서 기록한 일기 일부. A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그 누구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에게 사과하거나 반성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병가를 주제로 의견을 주고받을 때조차 뻔뻔함과 저에 대한 반감이 느껴진다”며 “괴롭힘이 인정됐다고 사건이 끝나는 건 아니다. 신고자가 정말로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운영위원은 “좋은 회사란 갑질과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고, 신고했을 때 피해받지 않는 회사”라고 했다.

동남원금고는 “금고는 A씨가 정신적 고통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복귀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며, 상처를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병가 요건인 업무수행 불가능 상태인지, 어느 정도의 기간을 허가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증상과 수준, 회복해서 업무 수행이 가능한 시기가 언제인지 파악해야 해서 보완을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는 지도감독기관으로서 해당 직원분께서 추가적인 어려움이나 피해 없이 원활한 직장생활이 가능토록 최선을 다하고, 해당 금고의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han.kr



플랫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밀려드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놓치기 쉬운 젠더 관련 기사들을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이메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플랫을 만드는 기자들의 소회와 고민, 구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도 눌러 담았습니다. (▶구독링크 바로가기: https://bit.ly/3wwLnKJ)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