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예·적금 금리 고점 보이나… 기준금리 올랐지만 잠잠한 은행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마자 잇달아 수신(예·적금) 금리 인상안을 발표하던 은행들이 달라졌다. 최근 한은이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렸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금까지도 움직임이 없다.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렸던 그동안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예금 금리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중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금리를 올린 곳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케이뱅크는 지난 2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 이날부터 ‘코드K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고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아직 인상안을 내놓지 않았다.

조선비즈

그래픽=이은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올해 들어 한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달만 해도 한은이 7월에 이어 사상 처음 두 번째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은행들은 같은 날 수신금리를 올렸다. 당시 5대 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후 일주일 만에 모두 예·적금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는데 최대 인상 폭은 기준금리 인상 폭의 두 배인 1%포인트에 달했다.

이랬던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는 것을 머뭇거리는 배경엔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 당부가 있다. 당국은 시중은행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벌이는 탓에 제2금융권에서 은행권(제1금융권)으로 ‘자금 쏠림’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은행이 높은 금리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당국에는 부담이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한다. 코픽스는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이런 코픽스가 오르면 대출 금리 역시 상승하게 된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점검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이 예상에 부합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역(逆) 머니무브 현상(시중자금이 안전 자산인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최소화되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다음날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에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 가속화됐던 시중금리 상승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나오고, 한은 역시 이달 빅 스텝이 아닌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상황이니 시중은행도 수신금리를 아예 올리진 않을 순 없지만, 소폭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비즈

서울의 한 은행에 붙어있는 대출 및 예금 관련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기예금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이 금리 고점에 가깝다면, 당분간 이전과 같은 가파른 금리 상승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였던 3년 이상 장기 정기예금은 지난달 10조6924억원으로, 전달보다 8059억원 늘며 증가세로 돌아갔다. 장기적으로 돈을 묻어둬야 하는 고객들이 현재 금리를 피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정기예금의 예치 기간이 길수록 최고금리가 떨어지는 기현상도 금리 인상기가 후반부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은 장기예금일수록 자금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 이자율을 높게 지급해왔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들의 3년 만기 상품은 연 4.2~4.6%대로, 1년 만기 상품 금리(연 4.8~5.0%)보다 낮게 책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은 만기 때까지 약정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장기예금 상품 이자를 올렸다가 내년 상반기쯤 금리가 정점을 찍고 떨어진다면 조달비용만 커질 수 있다”라며 “아직은 1년 또는 6개월 만기의 단기 예금에 자금이 쏠리고 있지만, 정기예금 증가세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