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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우크라, 눈 내리고 얼어붙어도…전력난 해소 기약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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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전력 수요의 20% 공급 부족

젤렌스키“러시아, 또 대규모 공습 채비”

상황 특히 나쁜 헤르손 주민 대피 빨라져


한겨레

전력, 수도, 난방이 모두 끊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27일(현지시각) 한 노인이 보행 보조 장치에 의존한 채 암흑으로 바뀐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다. 헤르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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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27일(현지시각) 눈이 내리고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겨울이 성큼 다가오자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며 ‘에너지 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습 재개를 경고한 가운데 남부 헤르손,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여전히 포격전이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새로운 공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그들(러시아군)에게 미사일이 있는 한, 불행하게도 그들이 흥분을 가라앉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으로 몇주 동안이 지난 몇주와 마찬가지로 아주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전력 부족 등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수도 키이우에 이날 눈이 내려 기온이 영하 1℃까지 떨어졌다. 30일에는 최저 기온이 영하 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난방과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력망 운영회사인 우크레네르고는 최근 러시아군의 기반시설 집중 폭격으로 손상된 전력 시설이 복구되지 못한 채 추위가 덮쳐 전력 공급이 여전히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체 전력 수요의 20% 정도는 아직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전력 소비 제한 조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러시아군이 퇴각한 남부 주요 도시 헤르손의 경우 전체 주민의 17% 정도만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고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 주지사가 밝혔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군사 작전 속도는 조금 늦춰졌지만, 남부 헤르손과 동부 돈바스에서는 포격을 중심으로 한 전투가 계속 이어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의 일부인 도네츠크주 상황이 현재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육군의 작전 참모는 바흐무트와 아우디이우카 등 도네츠크주 중부의 10여곳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남부 헤르손시에서 철수해 드니프로강 남·동쪽에 새로운 진지를 구축한 뒤 헤르손에 대한 포격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러시아군 철수 이후 지금까지 적어도 32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포격으로 전력·수도 시설 복구도 지연되면서 주민들을 안전한 중부·서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헤르손 군정 책임자 갈리나 루고바는 “폭격이 매일 더 심해지고 있다”며 주민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기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시 곳곳에 난방기와 침구를 갖춘 공습 대피 시설을 설치하면서 겨울철 심각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로 이 도시를 빠져나온 주민 비탈리 나도치는 “전기도, 물도, 난방도 끊겨 더는 머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헤르손 인근 지역인 자포리자주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북동부 하르키우주도 이날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해, 적어도 3명 이상이 숨졌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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