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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쇠구슬 맞을까 빨간불에도 달렸다…경찰, 화물차 호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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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6일 오전 3시쯤 군용품을 실은 트레일러들이 경찰차 호송을 받아 무사히 부산신항으로 진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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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하나에서 서른둘. 이후 신호부터는 적신호도 정차 없이 통과합니다.” “예투.”

지난 26일 오전 2시30분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 야심한 시각 부산신항 주 출입구를 향해 달리는 트레일러 20대를 선두에서 에스코트하던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조봉기 경감 무전에 뒤따르던 경찰차가 일제히 답했다. ‘서른하나에서 서른둘’은 호송대 가장 앞에 있던 조 경감의 순찰차가 뒤따르는 경찰차에게 내리는 지령이다. ‘예투’는 지령 등 무전을 통한 전달 사항을 수신하고 확인했다는 대답이다.



군용 물자 실은 트레일러 20대, 경찰차 5대가 감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3일째로 접어든 이날 경찰이 호송한 건 탄약류 등 군용 수출 물자를 실은 트레일러 20대다. 오전 2시부터 물자를 실은 트레일러가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화물연대 운송방해 등을 피하기 위해 새벽 시간을 선택했다. 트레일러 여러대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사하서 등 부산지역 4개 경찰서 순찰차 5대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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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7시10분쯤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차량 유리창이 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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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 주출입구까지 거리는 약 11㎞. 화주 측 인솔 차량과 조봉기 경감 순찰차가 맨 앞에 섰다. 안전을 고려해 각 트레일러는 10m가량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트레일러 3·4대 사이마다 순찰차가 1대씩 자리했으며, 맨 뒤에서도 경찰차가 따라왔다. 운송거부 사태가 없는 평시라면 트레일러는 각자 화물을 옮겨 나른다. 경찰차는 담당 지역 번화가에서 주말 음주단속 등에 집중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쇠구슬 테러’ 위험 구간 빨간불에도 달렸다



부산신항 삼거리 진입을 앞두고 시속 40~50㎞ 속도로 달리던 호송단 속도가 시속 80㎞ 가까이 올랐다. 조 경감은 이때 후속 차에 “적신호도 통과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이 삼거리부터 신항 주출입구까지 약 1.2㎞ 구간은 화물연대가 지난 24일 ‘총파업 출정식’한 뒤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운송거부 미참여 화물차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다행히 경찰 에스코트에 이들 화물차 20대는 모두 무사히 항만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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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지난 27일 부산항 제때 처리되지 못한 컨테이너들이 쌓여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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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은 28일까지 호송 요청 12건을 받아 모두 57대의 화물차를 에스코트했다. 하지만 빠듯한 납기 등 문제로 매번 이 같은 에스코트를 받을 수 없는 화주와 트레일러 기사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호송 현장에서 만난 트레일러 기사 A씨는 “신항삼거리부터 항만 입구까지 구간은 가장 빨리 지나고 싶으면서도, 차에 뛰어들 듯 위협하는 조합원들로 인해 가속과 서행 딜레마 가장 큰 곳이다. 번호판을 찍어 사후보복할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화주 측 관계자는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선박 운임은 물론 위약금이나 거래 단절 등 피해가 매우 크다. (화물연대 측이) 새벽을 틈타 경찰 호송까지 받아가며 일을 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집계를 보면 집단운송거부 첫날에만 화주 측 애로사항이 32건 접수됐다. ‘납기 지연 위약금 및 거래처 단절’ 우려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물류비 증가’(10건)에 따른 어려움을 꼽는 화주도 많았다.



경찰, 쇠구슬 찾아 감색 의뢰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하면서 물류 운송에 참여하는 화물차 운전자를 위협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7시10분쯤엔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비조합원이 모는 트레일러 차량 2대의 앞 유리가 깨지는 ‘쇠구슬 테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0대 운전자가 유리 파편에 목덜미를 다쳤다.

경찰은 화물연대 측이 새총 등 기구를 이용해 작은 쇠구슬을 쏘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경찰은 현장 주변 도로에서 지름 1.5㎝ 쇠구슬 2개를 찾아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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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는 지난 25일 오전 11시쯤 운송거부 중인 조합원과 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이 말다툼을 했다. 이 과정에서 물병을 집어 던진 조합원이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날 경북 포항에서도 운행중인 화물차를 막아 세우고 운전기사에게 욕설한 혐의(업무방해)로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육상화물 운송분야 위기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육상화물 운송분야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오른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번 집단운송거부 사태 이후 처음으로 화물연대와 대화한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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