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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쿠팡의 독주, 대항마 ‘네이버 동맹’이 제동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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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장 재편 가속

흑자 반전 일군 쿠팡

세력 키우는 네이버 동맹

커지는 독과점 부작용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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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치킨게임에서 쿠팡이 승기를 잡았다”

쿠팡의 올해 3분기 흑자 전환 소식이 전해진 뒤 이커머스 업계의 반응이다. 최저가 출혈경쟁을 주도하며 스스로 ‘적자의 덫’에 걸려 쓰러질 거란 우려와 달리 빠른 시간안에 매출 성장과 흑자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쿠팡의 실적 발표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쿠팡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 재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쿠팡이 알고리즘 수요 예측과 가격 조정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유통·물류 기업들의 ‘반쿠팡 동맹’도 견고해지고 있다.

■ 데이터로 본 쿠팡의 독주


쿠팡의 매출 성장세는 놀라웠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은 51억133만달러(6조9633억원·원-달러 환율 1365원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7% 증가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11.8%다.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8년여 만에 분기기준 영업이익 7742만달러(1057억원)를 달성했다. 쿠팡은 불과 1년 전 같은 기간 동안 3억1511만달러(430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상반기가 지나서야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시장 전망보다 빨랐다. 경쟁사들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쿠팡은 2023년 연간 흑자 달성까지 자신하고 있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에서도 쿠팡은 경쟁사들을 월등히 앞선다. 월간활성사용자수는 중복이용자를 제외한 한 달간 순수 이용자 수로 플랫폼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지난 7월 기준 쿠팡 앱 사용자는 2766만명으로 에스에스지(SSG)닷컴(G마켓 포함) 990만, 11번가 942만명, 롯데온 168만명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종합 포털인 네이버쇼핑이 약 2천만명으로 쿠팡의 유일한 적수로 꼽힌다.

이에 비해 전통 유통강자들의 온라인 부문 실적은 다소 아쉽다. 에스에스지닷컴과 지(G)마켓의 합산 매출액은 7700억원에 그쳤고, 상품 총거래액(GMV) 5조3천억원과 비교해도 쿠팡 매출에 뒤진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38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실패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의 3분기 매출은 250억원(영업손실 380억원), 총거래액은 7574억원이었다. 롯데는 온라인 대응에 뒤처져 선두권과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쿠팡은 상품을 직매입한 뒤 판매해서 상품판매가격 전체가 매출로 잡히지만, 오픈마켓은 판매시 수수료만 매출로 잡혀 이커머스 기업 간 매출 비교를 위해서 총거래액도 함께 봐야 한다.

한겨레

쿠팡 풀필먼트 센터 내부 모습. 쿠팡 제공


■ 쿠팡 알고리즘은 알고 있다


쿠팡의 독주 배경엔 치밀한 수요 예측과 가격 변동 관련 인공지능(AI) 기술이 숨어있다. 쿠팡을 유통기업이 아닌 빅테크 기업으로 보는 것도 빅데이터 활용 기술 때문이다.

쿠팡은 자사의 경쟁력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정확한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축구장 500개 규모(390만 ㎡)의 전국 100여개 풀필먼트 물류센터에 보관할 물건 수량과 배치 장소가 인공지능 기계학습의 수요예측치에 따라 정해지는 방식이다. 고객이 늘수록 수요 예측은 더 정확해지고 상품 재고 손실도 줄어든다.

한국 인구 70%가 쿠팡 물류센터 10㎞ 안에 거주할 정도로 물류망에 투자한 것도, 쿠팡의 핵심 경쟁력이다. 촘촘한 물류망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익일배송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다. 비슷한 가격이면 빠른배송이 보장된 쿠팡을 선택해 고객이 더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고리즘 상품 추천 기능은 추가 소비를 끌어내는 정도까지 진화했다. 이용자가 이전에 검색하거나 구매한 상품을 반복해서 추천하거나 함께 구매하는 좋은 상품(칫솔-치약, 세제-섬유유연제 등)을 노출하는 방법으로 추가 소비를 유도한다.

실시간으로 경쟁사보다 특정 상품 가격을 낮게 조정(다이내믹 프라이싱)하거나, 구매할 확률이 높은 상품의 가격을 보다 높게 책정하는 가격 알고리즘도 활용된다. 쿠팡은 잘 팔리거나 수익성 높은 상품을 자사브랜드(PB)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해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 모든 전략은, 빅테이터를 활용해 상품 판매량과 마진을 높이기 위해 계산된 것이다.

이는 충성고객 수가 안정적으로 계속 있어서 가능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쿠팡 유료멤버십(월 4990원) 회원 수는 약 900만명이다. 3분기 쿠팡 활성 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 수는 1799만2천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7% 늘면서 계속 증가세다. 반면, 네이버 유료멤버십 회원 수는 700만명, 에스에스지닷컴은 300만명 정도다.

한겨레

장진용 네이버 책임리더가 ‘네이버 도착 보장’ 시스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 쿠팡에 맞선 네이버


네이버 동맹은 쿠팡의 독주를 견제할 대항마로 거론된다. 네이버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하고, 제조사와 유통·물류 기업들이 이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얼라이언스 유통 모델’이다.

네이버의 동맹 전선은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짜여져 있다. 네이버는 국내 1위 택배사인 씨제이(CJ)대한통운과 2020년 말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한 뒤 지난해엔 유통대기업 신세계그룹과 2500억원 상당의 자사주 교환 계약을 맺었다. 파스토, 두핸즈 등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병행했다. 네이버는 자본을 섞은 업체들을 통틀어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로 지칭하고, 이를 통해 쿠팡을 뛰어넘는 빠른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가 내세운 얼라이언스 모델은 글로벌 이커머스인 알리바바와 쇼피파이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경험한 모델이다. 대규모 물류센터와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도 물류 솔루션과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커머스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는 플랫폼 솔루션만으로 분기별 약 10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과 물류 서비스를 플랫폼 하나로 엮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통·물류사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아마존 모델로 대표되는 쿠팡의 리테일러 모델은 특정 기업이 물류 시스템에 투자해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모델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지만 일정 수준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직매입 판매라는 특성상 상품 가격 관리가 용이해 중계 수수료에 기반을 둔 얼라이언스 모델보다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하고 다른 이커머스는 역성장한다”는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때 내놓은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이 온라인 사업에서 적자를 키우고, 비용문제로 새벽배송 사업까지 철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독과점화한 이커머스 시장에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갑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은 29.9%로 대형마트 평균 수수료 18.6%보다 월등히 높다. 심지어 쿠팡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입점업체에 판매장려금 명목의 광고비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납품 거래를 중단하는 등의 보복도 일삼아 논란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를 강조한 상황에서 견제받지 않는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권한 남용에 대한 부작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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