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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 봉쇄 그만” 중국 곳곳 시위…‘위험한 구호’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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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방역 완화하자 확진 급증

‘봉쇄 피해’ 불만 누적도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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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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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 봉쇄 해제하라!” “중국공산당 물러나라!”

중국에서 장기화되는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에 항의하는 시위가 본격화되고 있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전날 밤 중국의 제2도시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틀 전 신장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숨진 10명을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루무치중루는 신장의 주도인 우루무치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위구르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알려졌다.

전날 밤 시작된 이 시위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주민들은 “우루무치 봉쇄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고, 이따금 “중국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와 같은 위험한 구호도 흘러나왔다.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전 지역은 지난 8월 이후 100일 넘게 봉쇄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4일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이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중국인들은 봉쇄 탓에 제대로 진화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경제 수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에 놀란 경찰 수백명이 시위대를 막았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차에 연행됐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발생한 지 꼬박 3년이 되어 가며 당국의 ‘칭링 정책’(제로 코로나 정책)에 협력하며 고통을 감내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한계 상황에 이른 모습이다. 상하이뿐 아니라 베이징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당국의 고강도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27일 중국 방역당국이 발표한 전날 기준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만950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달 초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의 결정으로 방역 강도를 낮춘 지 보름여 만에 확진자가 급증하며, 중국 당국이 방역 고삐를 다시 조일지, 완화 기조를 이어갈지 중국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두달 넘게 이어진 ‘상하이 봉쇄’ 이후 소강상태였던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꿈틀댄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상황이 상하이·선전·홍콩 등 동남부 지역에 집중해 나타났다면, 겨울 문턱에 다가선 지금은 베이징·충칭(쓰촨성)·정저우(허난성)·광저우(광둥성), 시짱(티베트)자치구·신장웨이우얼자치구 등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 발표를 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9.1%를 차지하는 지역, 인구수로는 전체의 3분의 1인 4억1200만명이 재택근무나 자택격리 등 코로나19에 따른 당국 봉쇄 조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0일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하는 20개의 조처를 승인했다. 국무원이 이튿날 발표한 20가지 조처에는 △밀접 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이고 △확진자 발생에 따른 봉쇄를 아파트·주택 단지가 아닌 건물·단원(같은 현관을 쓰는 곳) 단위로 세밀화하고 △행정구역별 전원 핵산검사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무원은 “방역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고, 개방을 하거나 (방역)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코로나가 경제·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봉쇄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 한다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후 예전 같은 ‘묻지마 식’ 전면 봉쇄가 크게 줄었다. 랴오닝성 단둥의 경우, 이달 초까지 한두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주택 구역 전체를 봉쇄했는데, 이 발표 이후 확진자가 발생한 건물만 봉쇄하는 식으로 방역 정책을 바꿨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26일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했다가 국무원 지침을 근거로 한 주민 시위에 봉쇄를 해제했다. 하지만 중국 각 성·도시·지역마다 봉쇄 완화 기조를 적용하는 데 온도 차이가 큰 편이다. 또 식당·공원·극장 등 공공시설 이용은 여전히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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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베이징의 한 봉쇄된 주택가에서 방역요원이 주민에게 배달 식료품을 전달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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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에선 2020년 초부터 이어진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불만이 크게 누적돼 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앞둔 지난달 중순 산발적으로 발생한 반대 시위에서도 주된 비판 대상은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이었다. 현재 베이징·정저우·광저우·우루무치 등에서는 봉쇄 정책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침체에 가까운 경제 상황이다. 중국의 올해 1~3분기 경제성장률은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에 이르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이어지면, 세계 경제 전체와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중 수출을 발판으로 경제 회복을 노려야 하는 한국 경제의 전망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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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방역 완화 조처를 계속 유지할지, 다시 엄격하게 조일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관변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20일 본인 소셜미디어에 “현재 반드시 막아야 할 최악의 상황은 두가지”라고 주장했다. 즉, 확진자 급증에 놀란 지방정부가 도시를 다시 봉쇄하는 것과 반대로 코로나19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까지 퍼져 국가 전체의 방역이 붕괴되는 것이다.

일단 시진핑 3기 최고지도부가 10일 직접 결정한 방역 완화 조처를 쉽게 되돌리긴 쉽지 않아, 향후 상황에 맞춰 탄력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연착륙에 성공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심각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시름하는 세계 경제에 다시 한번 큰 타격이 예상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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