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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전사 '자금창구' 오토론도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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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론 ABS 발행 비상]

여전채 이어 ABS 발행시장 꽁꽁

높은 금리 제시해도 팔기 쉽지 않아

채무불이행 증가에 부실화 우려도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자동차 대출(오토론) 유동화채권 발행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자금조달 창구가 막혔다. 이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급등으로 조달여건이 빡빡해진 가운데 대안으로 찾은 오토론 유동화채권마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채무불이행 증가로 인한 오토론 부실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여전사를 둘러싼 우려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토론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한 메리츠캐피탈과 엠캐피탈은 평균 7% 안팎의 금리를 주고 각각 4120억원, 1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여전채가 팔리지 않으면서 핵심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자 주요 취급 대출인 오토론을 유동화해서 우회로를 뚫어보고자 했으나 사실상 낭패를 본 것이다. 이들 회사의 오토론 ABS 조달 금리는 최근 여전채 AA+ 3년물 금리(5% 후반대)보다 높다.

자동차 담보 대출을 기초로 발행하는 오토론 ABS는 주로 선순위 채권을 위주로 발행한다는 점에서 우량채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오토론 ABS에 신용도 평가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있다. 신평사에서 AAA급 우량채 대우를 받는 채권이 AA급보다 비싼 금리를 제시하고도 통사정을 해야 팔리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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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론 ABS 수요 부진에는 여전사의 주요 고객인 취약 차주에 대한 편견이 한몫하는 모양새다.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로 취약 차주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국내외 중고차 가격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담보인 차량을 팔아도 대출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량하고 안전한 채권이라고 강조하는데, 기초자산인 차량 들고 있는 차주들 중 대다수는 카푸어(차량과 빈곤층의 합성어)라고 본다. 안전해 보일 수가 있나”고 지적했다.

여전사들의 핵심 자금 조달 수단이 줄줄이 막히면서 건전성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여전사들의 자금난은 주 고객층인 저신용 차주의 자금줄과도 연결된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국내 여전사들의 자금 조달 구조 약화를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융감독원이 주재한 ‘여전채 시장동향·여전사 리스크 점검’ 세미나에서 이주원 무디스홍콩 이사는 “부정적 자금조달 환경으로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여전사는 채권 수요 감소로 인한 조달 구조 약화와 자산건전성 하락 우려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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