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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기자금 가뭄 여전, CP금리 45일 연속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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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최고 年5.50%… 기업어음 사는 곳이 없다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 수단인 기업어음(CP) 금리가 45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자금 시장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각종 대책이 ‘돈맥경화’ 현상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5.50%로 2009년 1월 12일(5.66%)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P 금리는 지난 9월 22일부터 지난 25일까지 45일간 연속적으로 올랐다. 이 기간 CP 금리는 연 3.15%에서 연 5.50%까지 2.35%포인트 급등했다. 올해 1월 3일에는 1.55%에 불과했던 금리가 채 1년도 되기 전에 3배 이상 뛴 것이다.

조선일보

◇CP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아져

CP를 사겠다는 수요가 줄면서 금리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상환액이 발행액을 앞지르는 이례적 현상도 2년 만에 발생했다.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CP(ABCP 제외)와 전단채(전자 단기 사채) 발행액은 67조 1460억 원으로 상환액(71조1900억원)보다 적었다. 투자자들이 만기가 된 CP를 연장하거나 재투자하지 않고 회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ABCP는 매출 채권 등 만기가 비교적 짧은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CP다.

CP 발행사와 투자자 중개 역할을 맡는 증권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도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통상 증권사가 먼저 발행사에 CP 물량을 대납하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지금은 증권사에 대납할 자금이 없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책이 있어도 당장 단기 자금 시장이 활기를 띠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단기 자금 시장에서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이슈가 진정돼야 하므로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 자금난 지속

한국전력의 과도한 한전채 발행과 고금리 현상으로 악화된 자금 시장은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의 충격으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에 빠졌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50조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아닌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국채 금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사채는 계속 오름세다. 3년 만기 국고채와 AA-급 회사채 금리 차이를 뜻하는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25일 기준 1.76%포인트로 여전히 크다.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달 시장 안정 대책 이후 시장이 많이 안정됐다”면서도 “단기 자금 시장, 부동산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쏠림 현상은 아직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 본격화로 ‘돈맥경화’ 풀리나

금융 당국과 증권업계는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은 ABCP 시장을 살리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본격적인 AB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대형 증권사 9곳 등이 참여해 조성한 1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ABCP를 발행했다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 중소형 증권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1차로 다섯 증권사가 총 2938억원어치의 ABCP를 사달라고 지원 요청을 했다.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에서 “연말 결산 등 특수한 자금 상황, 12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하고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불안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인 만큼 계속해서 최고 수준의 경계감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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