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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국 ‘제로 코로나’ 반발 확산…“시진핑 퇴진” 구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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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 화재 참사로 민심 폭발

“봉쇄 탓에 진압·대피 못했다”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확대 조짐

경향신문

희생자 추모하는 상하이 시민들 중국 우루무치에서 지난 24일 코로나19 봉쇄로 아파트 화재 진화 작업이 늦어져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26일 상하이에서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봉쇄를 해제하라” “시진핑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상하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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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 사회의 인내심이 바닥나면서 정부의 엄격한 통제에도 봉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중국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시위 도중 “시진핑 퇴진” 구호가 나오는 등 봉쇄에 대한 저항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비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지난 24일 발생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 피해자 추모집회를 열었다. 우루무치중루는 우루무치의 이름을 딴 거리로 위구르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시민들은 꽃과 촛불,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위가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시민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또 “시진핑은 물러나라, 공산당은 물러나라”는 구호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이 같은 요구는 정부와 주석에 대한 비판이 치명적인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중국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라면서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시위가 빈발하고 있지만 비판의 직접성과 규모 면에서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BBC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건 처음 봤다”면서 “충격과 함께 흥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난징과 베이징의 대학에서도 이날 우루무치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중국 북서부 간쑤성 란저우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 요원들의 텐트를 뒤집고 PCR(유전자증폭) 검사소를 파괴했다는 소식도 올라왔다. 주민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데도 봉쇄된 데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것은 지난 24일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의 진화가 늦어진 것이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봉쇄는 그만, 자유를 달라” 시진핑 모교서도 잇단 시위

신장은 지난 8월부터 4개월 가까이 봉쇄 중인데, 아파트 건물 문이 잠겨 시민들이 대피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루무치 당국은 해당 아파트는 저위험 지역이라 느슨한 봉쇄 규정이 적용됐다며 “건물에 바리케이드가 없었고 주민들은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시민들은 소방차가 아파트 입구 바리케이드에 막혀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베이징에서도 지난 26일 주민들이 방역 조치에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봉쇄가 진행되자 주민들은 “봉쇄를 결정한 사람이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최근 중국 국무원이 확진자가 발생하면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대신 동이나 건물 단위로 봉쇄하겠다고 정책 완화를 발표했는데, 왜 단지 전체를 봉쇄했느냐며 따진 것이다. 약 1시간 가까운 대치 끝에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단지 봉쇄를 취소했고, 주민들은 서로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낸 뒤 해산했다. SNS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와 베이징 이외에 난징과 광저우를 포함한 다른 7개 도시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7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베이징 칭화대에서도 봉쇄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 칭화대 학생은 AFP에 “오전 11시30분 학생들이 구내식당 입구에 모여들기 시작해 점점 더 많이 모였다”면서 “우리는 국가와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자유가 승리할 것’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시위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는 족족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시위 관련 게시물에 대한 당국의 검열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지 이미지를 올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좋아” “물론”처럼 겉보기에 시위와 무관한 말들을 여러번 반복해서 적는 방식으로 연대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우루무치) 화재로 인해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전례가 없던 시민 불복종에 불이 붙었다”면서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지 한 달 만에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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