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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치킨집만큼 사람 몰리는데…“한 곳 외엔 모두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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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팀·승패 맞추는 스포츠 도박
단속 어려워지며 검거율 떨어져
불법도박 규모는 파악조차 안 돼


매일경제

불법 스포츠도박 [사진출처 = 연합뉴스]


“주변에서 월드컵이라고 온라인 사설 도박 사이트에 베팅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해봤는데 돈만 잃었어요.”

직장인 A씨(27)는 최근 월드컵 첫 경기였던 ‘카타르-에콰도르’전에 베팅해 돈을 벌었다는 지인을 따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50만원가량을 걸었다. 평소 축구를 좋아해 경기를 자주 챙겨보며 축구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학창시절부터 주변에서 온라인 도박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베팅했다. 하지만 A씨의 베팅은 빗나갔고 그는 50만원을 그대로 잃었다. A씨는 “돈을 잃으니 괜히 오기가 생겨 다음 경기에 또 베팅할까 했지만 어디에 얼마를 걸지 퇴근하고 몇시간 동안 인터넷을 보면서 찾고 있는 모습을 깨닫고 그만뒀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열린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불법 스포츠 도박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월드컵 경기 결과 예측에 성공하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며 광고하는 불법 사설 도박 업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공식 스포츠 베팅 사이트 한곳을 제외하면 내국인이 베팅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지만, 자신들은 ‘안전한 업체’고 ‘먹튀(금액을 돌려주지 않고 도망가는 일)가 없는 업체’라며 광고한다. 경기 악화로 한탕주의까지 커진 상황에서 도박 시장이 확대되며 피해자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월드컵이 개막한 이후 “어느 팀이 어떻게 이길 지에 얼마를 걸어 얼마를 잃었고 얻었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었다. 한 대형 커뮤니티에는 ‘스포츠 토토’와 ‘픽공유’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어 베팅 결과와 금액을 공유하며 유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커뮤니티를 이용한다는 고등학생 조모 씨(17)는 “어느 팀에 얼마를 걸지를 정하는 ‘픽’을 정하기 위해 그간 경기 실적이나 각종 자료를 공유한다”며 “합법적인 토토를 하는 사람도 많지만 청소년의 경우 정식 사이트 이용이 불가해 대부분 사설 불법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도박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고, 단속이 어려워지면서 암시장 규모는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토토 범죄 건수는 2018년 1629건에서 2021년 3415건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는 약 20조 5106억원이다. 이는 합법적인 사행산업의 지난해 매출(14조3758억원)의 1.4배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도박 검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2018년 불법 스포츠 도박 행위자 검거율은 61.5%에서 2022년 8월 기준 28%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도박 사이트가 운영되는데, 해외에 IP를 두고 있어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차단 과정은 신고받은 뒤 차단하고 처리하는 데까지 1개월 이상 소요돼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도박도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홀덤펍(홀덤 게임을 하며 술을 먹는 공간) 등 새로운 도박장이나 법망을 피해 가는 수법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단속하기 위해서는 내부 신고를 받은 뒤 현금을 교환하는 현장을 포착해야 해서 검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월드컵에 관한 관심 속에서 가볍게 시작한 스포츠 도박이 불법 도박으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한때 도박 중독에 빠졌었다는 직장인 최모 씨(31)는 “처음에는 월드컵 열기에 합법 스포츠 토토를 소소한 금액으로 시작했는데 중독되면서 불법 도박에까지 손댔다”고 전했다. 도박중독 회복을 위한 익명모임 참여자 B씨(39)는 “처음에는 축구를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아는 동생의 권유에 불법 사설게임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여러 도박 시장에 분산돼 있던 도박 자금이 뜨거운 월드컵 분위기로 인해 스포츠 토토 시장 한곳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베팅 금액이 커지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도박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도박 시장에 뛰어들게 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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